[사설] 세제개편안, 일자리에 역점은 뒀지만

입력 2010-08-23 17:36

정부가 ‘2010년 세제개편안’을 어제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중소기업, 지속성장을 지원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에 이어 서민·중산층 지원, 고소득층·대기업 증세 기조를 축으로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에 좀 더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투자세액공제 혜택이 투자금액의 7%를 세액공제하던 기존 방식에서 고용증가 인원 1명 당 1000만원(청년 고용은 1500만원)씩의 공제한도 방식으로 바뀐다. 또 외투기업과 지역특구 입주 기업의 기존 감면수혜 규모를 낮추는 대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추가 감면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효과다. 대기업이 10억원을 투자하면 보통 신규 고용은 약 3명이다. 이 경우 기존 세액공제는 7000만원이고 새 제도에 의한 신규 3명의 공제 한도는 3000만원(청년 고용이면 6500만원)이다. 고용 없는 투자시대에 기업들이 세액감면 때문에 과잉 신규 인력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의문이다.

서민·중산층 지원이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연계돼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은 옳지만 세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서민생활 향상을 위한 다양한 세제 지원도 내놓았지만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병행되지 않으면 세율 인하, 세액 감면 등은 그저 실속 없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주목할 만한 제도 개선도 있다. 지원 단절을 우려해 일부러 규모 확대를 꺼리는 중소기업에 대해 졸업유예기간을 둬 지원 혜택이 최고 9년 동안 이어지도록 했다. 연 수입 5억원 이상인 고소득 사업자는 소득세 신고 시 세무사 등에게 장부기장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받도록 의무화한 것도 주목된다.

다만 올 세제개편안은 추가 세수 확보가 예년보다 미흡하다.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대한 감세 규모가 1조원에 불과함에도 총 세수증대 효과는 1조9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세수증대 효과 4조∼5조원보다 한참 적다. 대기업 감세가 핵심이었던 2008년 세제개편으로 예상되는 수십조원의 감세효과를 감안하면 재정건전성 개선 미흡은 올 세제개편안에서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