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선교사 “아프리카 홀로 설 수 있게 청년을 키워야죠”

입력 2010-08-23 17:42


“파달 리(Father Lee)!”

가톨릭 신부도 아니고 개신교 목사도 아닌 그를, 케냐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아프리카에 소망을 전하고 싶다’며 생사를 넘나든지 11년. 그의 눈물과 헌신이 현지인들의 마음에 닿은 것일까.

최근 국제구호 NGO 팀앤팀의 케냐 사역지를 돌아보며 설립자인 이용주(사진) 선교사와 인터뷰했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이 선교사는 한국해양대를 나와 10여년간 선박 엔지니어로 일했다. 1985년 30만t급 외국 유조선의 일등기관사로, 억대의 연봉을 받던 그는 돌연 배에서 내려왔다. “세상의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의 새 가족이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돌아다니며 봤던 곳 중 가장 열악한 지역은 아프리카였다. 그러나 당장 떠나지 못했다. 아픈 허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후 국내에서 10년간 예수전도단(YWAM) 선교훈련원장으로 사역하며, 4번의 척추 수출을 받았다.

몸이 많이 좋아진 99년, 이 선교사는 부인 김태연씨와 중학교 1학년이던 딸 단비양과 함께 케냐 땅을 밟았다. 그리고 수개월간 케냐 전역을 돌아다닌 끝에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이들이 겪는 고통의 주원인은 식수 부족이다.”

이 선교사는 케냐에서도 가장 물 사정이 나쁜 동부 가리사 지역, 북서부 투르카나 지역에서 수자원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2001∼2005년에는 37년간의 내전으로 신음하던 수단의 보마 지역으로 가서 긴급구호 사업을 벌였다. 함께 시작한 많은 동역자들이 박테리아 감염, 말라리아, 장티푸스, 무장 강도 피습, 자동차 전복 사고 등으로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팀앤팀은 “Never Stop! Never Die!(절대 멈추지 마라. 죽지도 마라)”의 구호를 외치며 나아갔다.

이런 희생과 도전을 밑거름 삼아 팀앤팀은 전 세계에 200명 정도의 풀타임 직원을 둔 구호공동체로 성장했다. 그간 직접 우물을 파거나, 다른 단체와 연합해 개발한 우물이 150여개에 이르고 100만명 정도가 팀앤팀 사역의 혜택을 보고 있다.

그는 2008년 5월 케냐 현지 동역자들과 함께 국제기독학생운동(샘·SAM) 콘퍼런스를 시작했다.

“수자원 개발하던 사람이 웬 콘퍼런스냐고요? 메말라 죽어가는 나무에 물을 주면 당장 살릴 수 있지만, 나무가 계속해서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아프리카가 홀로 설 수 있으려면 그 미래인 청년들을 키워야 하는 것이죠.”

이 선교사는 지난 7월 팀앤팀 대표직을 내려놨다. 2년 전 5번째 수술을 받은 허약한 허리를 안고, 팀앤팀 공동체의 일원으로 케냐 카쿠마 난민촌, 수단 등에서의 사역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케냐=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