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67)
입력 2010-08-23 14:44
성만찬과 福德房
우리말의 膳物(선물)은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제사 음식은 한 공동체를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힘이 있었죠. 제사 음식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어 먹었습니다. 그런 필연성 때문에 膳物(선물)이란 말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흔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福德房(복덕방)이란 바로 이 膳物(선물)을 나누어 주던 분배소(分配所)를 말합니다. 요즈음은 이 말이 토지나 가옥 중개업소란 뜻으로 변해 버렸지만, 옛날의 복덕방은 각종 부락제 때 제사상에 차려 올려졌던 음식이나 희생된 짐승의 살코기를 마을로 옮겨와 그 곳에 놓아두고 나누어 먹던 장소였던 것입니다. 곧 먹고 마심으로써 복을 받고(飮福 음복), 먹고 마심으로써 덕담을 나누는(飮德 음덕), 신성한 장소가 福德房(복덕방)이었습니다. 그러니 膳物(선물)은 바로 신의 뜻(神意 신의)을 나누는 분배 행위이고, 그 나눔의 행위는 한 집단의 운명공동체임을 자각시키고 결속케 하는 접착제였던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기독교 전통이 계승해온 성만찬은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우리에게 선물이 된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것은 교회라는 이 거룩한 공간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눔인 것입니다.
우리가 모여서 십자가 앞에서 성만찬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신성한 뜻을 받들어, 주의 살과 피를 나누어 먹는 것이고, 이 일이 이루어지는 교회는 바로 ‘신성한 복덕방’인 것입니다. 우리가 나누어 먹고 마시는 떡과 포도주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운명체임을 신명으로 받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선물이 되는 것입니다.
<춘천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