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여야 모두 과반 실패
입력 2010-08-22 21:57
호주에서 21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 선관위는 22일 오후까지 74.8%의 표를 개표한 결과 집권 노동당이 70석, 야당인 자유당과 국민당이 71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녹색당이 1석을 확보해 최초로 의회에 진출했고, 주로 농촌지역 출신의 보수성향 인물이 많은 독립 후보들도 2석을 차지했다. 아직 5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호주 A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개표가 끝나도 과반수인 76석을 넘는 정당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반 의석 없는 ‘헝 의회’ 가능성=여야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해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되면 이는 1940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헝 의회는 의회가 “공중에 매달려 있어(hung)”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개표는 21일 자정 잠시 중단했다가 22일 오후 6시부터 전국 7700개 투표소에서 재개됐다. 일부 선거구는 우편투표와 프리폴(사전투표) 등 선거일 이전 시행된 180여만표에 대한 개표까지 끝나야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열흘 뒤에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의 83석에서 10석 이상을 잃은 집권 노동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6월 총리에 취임한 줄리아 길리어드 노동당 대표는 선거 직후 멜버른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박빙의 승부여서 최종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여러 날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험난한 시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된 무소속 하원의원들이 노동당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이들을 적극 영입해 과반 획득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당 약진=하지만 길리어드 총리 자신이 노동당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호주의 첫 여성 총리로 반짝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민 문제나 기후변화 등 중요 사안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면서 지지도가 급락했다. 노동당이 집권에 실패한다면, 31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된다.
자유당의 토니 애버트(53) 대표는 노동당으로부터 ‘폭탄투척범’이란 비난을 받을 정도로 여당을 맹공격해 사실상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한때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한 기자 출신이다. 자유당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지역인 퀸즈랜드주에서 30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도 보수적인 서호주 지역이 많아 유리한 형국이다.
애버트 대표는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13석이나 잃은 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독립 후보들과 즉시 대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