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슈퍼 직장인 증후군’
입력 2010-08-22 17:31
만성피로,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위염, 까닭 없는 우울감…. 직장인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만한 증상들이다. 고르지 못한 영양섭취와 과음 과식으로 이어지는 회식, 과로를 부르는 야근 등 직장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강모(35)씨는 요즘 자신도 구조조정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해 있다. 강씨는 “자칫 잘못하면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윗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이른바 ‘슈퍼 직장인 증후군’이란 스트레스 질환이다. 슈퍼 직장인 증후군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일에 매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업무를 생각하는 등 ‘워커 홀릭(일중독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완벽주의 성향도 아니다. 슈퍼 직장인 증후군은 직장이나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또는 공포가 바탕이 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경우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회사 외의 관계에 소홀하게 돼 가족 및 친구관계에서 고립되게 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욱 쌓이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주변 동료들에게 사람 좋기로 소문이 나 있는 직장인 조모(38)씨는 최근 불면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가면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동료가 가끔 무리한 부탁을 하더라도 화내는 법이 없고 부탁받은 일을 책임지고 완수하던 그가 사실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웃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가면 우울증은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로 우울한, 그래서 더 우울해지는 증상을 가리킨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에게 많으며, 그 중에서도 판매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치할 경우 약물남용, 알코올중독, 도박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때는 힘든 상황을 속으로 삭이기보다는 주변에 털어놓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직장인의 마음의 병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리모델링하는 것만으로도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정도 경영’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고른 영양섭취, 스트레칭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몸에 활기를 주고 숙면을 취해야 한다.
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는 가급적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 노력하고 지나치게 높은 목표보다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택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