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기본계획案 문제 많다] (중) ‘종편→의무재전송’은 종편 밀어주기?
입력 2010-08-22 21:49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기본계획안은 종편 밀어주기라는 의심을 받을 내용이 많다. 그동안 학계와 언론단체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특혜 시비에 대한 대비책이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그중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의 의무재전송은 종편에 가장 유리한 항목 중 하나다. 의무재전송은 공공성이 강하다고 판단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다른 매체에도 의무적으로 재전송하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53조에 따르면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 종합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업자의 채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일반위성방송사업자의 채널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최소 70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 사업자로서는 종편이 추가되면 다른 채널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항목이 논란이 되는 것은 다른 지상파 방송 그리고 종편과 함께 선정될 보도전문채널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방송법 78조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중에서도 의무재전송 대상인 채널은 KBS 1TV와 EBS뿐이다. 민영방송인 SBS나 지배구조상 공영방송인 MBC도 의무재전송 대상은 아니다.
의무재전송의 전제는 공공성, 공익성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공익채널로 지정한 9개의 채널도 사회·복지 분야(복지TV, 육아방송, 법률방송), 과학·문화 진흥 분야(아리랑TV, 사이언스TV, 극동아트TV), 교육 지원 분야(EBS 잉글리시, EBS 플러스1 수능전문, EBS 플러스2 중학/직업) 등 3개 분야에서 1개 이상 의무재전송 대상이다.
때문에 종편의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재전송을 하도록 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묵 가톨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종편 채널은 허가받는 순간 전국 규모 방송사업자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형적인 특혜 사업이다. OBS를 비롯한 지역방송사는 여전히 허가받은 권역에서만 방송하고 있고, 일반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에 진입하지 못해 도산하기 일쑤”라며 “종편 특혜 시비를 없애려면 의무재전송 조항부터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채널과 비교하면 종편 밀어주기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방송법 시행령 53조에는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2개 이상이 SO나 위성방송에 의무적으로 편성돼야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2개의 채널만 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재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MBN 2개가 있다. 따라서 몇 개가 됐든 새로 사업승인을 받게 되는 보도채널은 전파를 타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미 오랫동안 보도채널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가진 두 회사와 신생 보도채널의 경쟁력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방통위는 보도채널에 종편보다 더 높은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배점기준에서 종편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가능성’ 항목에서 최고 25점을 부과했다. 보도채널은 같은 항목에 대해 최고 30점을 부여해 종편보다 높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의무재전송은 매체의 공적 성격이 강할 때 모든 사회구성원이 접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상업방송인 종편을 의무재전송하는 건 논리적인 형평성이나 우리나라 방송구조로 볼 때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라이선스 비용인 최소 출연금도 신규 사업자에게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방통위는 종편의 경우 3000억원, 보도채널은 400억원의 납입 자본금 규모를 설정하고 이 금액의 10% 이하에서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사항목 중에는 출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보도채널은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신규 사업자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서 “사업 희망자 사이에서는 ‘방통위가 라이선스권을 쥐고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