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처럼 보이는 ‘갸루 메이크업’ 무턱대고 따라하다 병 난다
입력 2010-08-22 17:31
얼마전 모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한국판 갸루족’이라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지향하는 20대 여성 출연자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갸루는 ‘소녀’를 뜻하는 영어 단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이 점차 변형돼 생긴 신조어다. 짙은 눈화장과 여러 겹의 인조 속눈썹, 서클렌즈, 머리 염색 등을 통해 ‘마치 인형처럼’ 보이게 하는 메이크업이 특징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스타일을 최근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표방하면서 이를 무분별하게 따라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 회원이 3만명을 넘는다. 특히 갸루 메이크업은 성형을 하지 않고 화장만으로도 예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10∼20대 초반 여성들에게 큰 인기다.
하지만 과도하게 멋을 부린 갸루 스타일을 멋 모르고 따라 하다간 눈과 피부, 모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피부는 이를 보호하는 각질층이 성인에 비해 얇고 수분 함유량도 적기 때문에 과도한 메이크업에 의해 뾰루지, 여드름 등이 생기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여러 가지 피부 트러블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은 “청소년기에 지속적인 색소화장으로 피부에 자극을 주면 성인이 됐을 때 피부의 자정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10대에 혹사당한 피부는 한창 꾸밀 나이인 20∼30대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갸루 메이크업의 핵심 포인트는 과장된 눈 화장이다. 일반 화장에 아이라이너를 두껍고 진하게 그리는 ‘스모키 화장’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다. 눈 주위를 태닝한 듯 검거나 매우 희게 포장한다. 여기에 눈을 2∼3배 더 커 보이게 하기 위해 4겹 이상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기존 스모키 화장의 아이라이너보다 2배 이상 두껍게 그린다. 그만큼 두꺼운 화장으로 인해 피부가 호흡할 수 없으므로 모공이 넓어지고 작은 점처럼 보이는 블랙헤드가 생길 수 있다. 넓은 모공은 피지를 잘 끼게 해 블랙헤드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피지가 정체되면 여드름균이 증식하면서 뾰루지 같은 피부질환도 유발한다.
화장품의 미세한 가루와 화학성분이 눈 속에 들어가 비비게 되면 결막 충혈과 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 미세한 분말이 속눈썹 뿌리 안쪽에 있는 지방 분비샘인 ‘마이봄선’ 부위를 막아 염증을 일으키면 눈물 표면에 기름막이 사라져 눈물을 쉽게 마르게 한다. 특히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술을 받았다면 안구 건조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여러 겹의 인조 속눈썹을 붙이는 것도 문제다. 눈이 커 보이는 만큼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속눈썹을 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접착제는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시판중인 속눈썹 접착제 18종을 조사한 결과, 3개 제품에서 피부염 등을 일으키는 톨루엔이 기준치의 최대 8배 검출됐다. 눈이 가렵거나 따가운 경우 이를 의심할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속눈썹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는 것은 민감한 눈꺼풀 주위 피부를 약하게 만들고 심하면 피부가 아래로 처질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인조 속눈썹을 여러 겹 붙일 경우 그만큼 접착한 면적이 넓고, 무거워 뗄 때 자극도 일반 속눈썹의 2∼3배나 된다”고 말했다.
눈을 크고 예뻐 보이게 하는 서클렌즈는 일반 콘택트렌즈에 비해 각막(안구의 가장 바깥 표면)을 덮는 부위가 넓고 재질 자체에 색소를 입혔다. 때문에 산소 투과율이 떨어지고 표면이 거칠거칠해서 눈 건강에 좋지 않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렌즈의 산소 투과율이 낮으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다.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은 하루 3∼4시간 이상 착용하지 말아야 하며 끼고 있는 동안에도 건조하지 않게 인공눈물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해성분(PPD)이 포함된 염색약을 사용하는 잦은 염색도 머리카락 손상과 피부발진, 염증, 가려움, 탈모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