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신용카드 발급경쟁

입력 2010-08-22 22:05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신용카드 발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올 상반기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1억1187만장으로 1년 전보다 11.6% 늘었다. 카드대란이 터지기 직전인 2002년 말의 1억488만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카드 발급 장수는 1억장을 밑돌다가 지난해 6월 말부터 다시 웃돌기 시작했다. 경기 회복으로 카드 사용이 늘고 신규회원 모집이 급증한 결과다. 카드 남발과 연체율 증가로 카드사들의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문제가 됐던 2003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실제로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카드사의 회원모집 비용은 총 11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7억원보다 무려 42.3% 증가했다. 경기회복에 힘입어 영업수익이 늘고는 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영업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비용의 큰 몫을 차지하는 카드비용, 즉 회원모집비용, 제휴사 지급수수료, 발급자 보전수수료 등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올 상반기 전업 카드사들의 카드비용은 3조500억원으로 카드대란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 모집인 영업도 다시 강화되고 있다. 주유할인 및 적립 서비스 경쟁은 물론, 최근엔 카드사가 하이패스 단말기 대리점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가입자들에게 8만∼9만원 상당의 하이패스 단말기를 3만∼4만원씩 할인해 주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현행 여신금융전문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카드 발급과 관련 사은품 한도는 카드 연회비의 10% 이상을 넘을 수 없다. 불법 서비스 제공에 대한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청된다.

지나친 회원모집 경쟁은 가입자들의 불필요한 지출을 야기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연체율 증가를 낳아 카드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 발급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경쟁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제2의 카드대란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