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악재에 유로존 다시 발목잡혀…글로벌 경제 다시 먹구름
입력 2010-08-22 22:11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면서 주요국 재정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성장세 둔화가 겹치면서 재정위험도가 높은 국가가 회복의 기회를 포착한 국가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리스 등 올해 초 재정위기 이후 진정세로 돌아섰던 일부 국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17일 800bp(1bp는 0.01% 포인트)를 넘어선 후 820bp를 웃돌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리스와 함께 유럽발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꼽혔던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최근 국채 입찰을 실시해 모두 조달 목표액을 상회하는 자금을 끌어 모은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 같은 악순환은 유로화 가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유로당 1.35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유로화는 1.30달러 아래로 처진 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도 늘었다. 유로 지역의 2분기 성장 불균형을 근거로 지목한 BNP파리바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등이 유로화 약세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재정이 잘 통제되고 있는 국가 통화인 노르웨이 등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소형 악재의 파괴력이다. 대형 호재를 억누르는 것은 물론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 재정 전망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동요할 경우 세계경제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유로존이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성장세 둔화 등 다른 지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미국도 2010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7%에서 2분기 2.4%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유로존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본 등 주요국 성장 둔화세가 가세하면 경기 우려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