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船上 회담
입력 2010-08-22 19:13
선상 회담이란 신변안전 보장이 어렵거나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많을 경우 국가원수, 또는 고위 대표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런 만큼 극적인 해방과 화해의 소식으로 역사에 기록된 사건도 많다.
1945년 9월 2일 일본 도쿄만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던 미군 전함 미주리호에서 일본의 항복 서명식이 열렸다.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가 항복선언을 했지만 공식적으로 2차대전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종전을 알린 것이었다. 특히 당시 항복문서에 서명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시게미쓰 마모루 일본 외상. 그는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에 왼쪽 다리를 잃었다.
1989년 12월 2∼3일에는 지중해 몰타 해역의 소련 여객선 막심 고리키호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대결에서 협력으로 가는 국제질서 방향을 제시, 2차대전 이후 세계를 짓눌러온 냉전의 종식을 알렸다. 몰타 회담이 끝나고 게나디 게라시모프 소련 대변인은 “냉전은 오늘 12시45분에 끝났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한 선상 회담이 열렸다. 지난 17∼20일 한진해운 교육선에서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선주협회가 금융권을 초청, 화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것. 현대상선을 거느린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 외환은행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박4일간 중국 상하이를 다녀온 간담회에서 선주협회는 해운업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를 부탁하고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은 자본집약적인 업종 특성상 선박을 도입할 때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행 금융권 재무구조 개선 운영준칙에서 부채비율이 기업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 해운업계로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는 특히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시 국내외 신인도 저하는 물론 화주들의 이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할 때 해운업종 특성을 고려해 평가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올 1월 현재 우리나라 외항상선대 규모는 총 4436만 DWT(선박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최대중량)로, 선주협회 창립 50년 만에 세계 5위로 성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권이 해운업을 좀 더 이해한다면 해운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금융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