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연극 무대 첫 도전 ‘절반의 성공’

입력 2010-08-22 17:38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 문근영은 고군분투했다. 문근영이 연극 ‘클로져’에서 맡은 역은 스트리퍼 출신의 앨리스. 신문사 부고기사를 쓰는 댄(엄기준)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다. 앨리스는 처음 만난 댄과 즉흥적으로 사랑에 빠질 만큼 과감하면서도 댄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이중적인 면을 가진 여인이다. 게다가 과거의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는 캐릭터여서 표현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근영은 앨리스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성량이 작고 가늘어 객석에 제대로 전달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낭랑한 목소리는 객석 구석까지 또렷하게 전달됐다.

최근 문근영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영화 ‘어린신부’나 드라마 ‘가을동화’의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문근영은 남장 연기를 하거나(바람의 화원) 악역(신데렐라 언니)까지 도전하며 새로운 모습을 찾는 중이다. ‘클로져’ 출연도 같은 맥락이라면 그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비키니를 연상시키는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고 뇌쇄적인 춤을 추고 감정이 격해지면 상스러운 말도 서슴지 않는 문근영의 모습은 신선하다. 하지만 그의 변신은 다소 어정쩡했다. 퇴폐적인 모습에서도 순수함이 묻어나는 문근영의 외모 때문에 앨리스의 감정 폭이 깊이 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연극이 끝나고 나가는 관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문근영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지만 그 역할에는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는 것. 하지만 관객들의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스타로 남기보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근영을 본 것 자체로 큰 만족을 얻은 것이다.

‘클로져’는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의 구차한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난 괜찮아. 다 이해하니까 솔직히 말해봐”라고 말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연인들의 논쟁거리가 될 만 하다. 문근영은 전체 공연 중 절반에 출연할 예정이다. 10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02-764-8760).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