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VS “국영수 편중 심화” … ‘수능개편안 발표’ 논란 가열
입력 2010-08-20 23:08
2014학년도부터 적용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1차 설계도’가 발표됨에 따라 대학 입시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개편 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혼재해 확정안이 마련될 때까지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학생 부담 줄어드나=개편 시안을 발표한 중장기대입선진화연구회(연구회)는 응시 기회를 2번 주고 시험 과목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의 부담은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창고 임병욱 진학지도교사는 20일 “진학을 돕는 학교의 부담은 늘겠지만 학생에겐 기회가 한 번 더 늘어난 것”이라며 “2번의 시험 중 잘 나온 점수만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의 시험 부담이 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2번의 시험이 2번의 경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다수 학생이 좀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2차례 시험에 모두 응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학업 부담을 덜기 위해 A형과 B형으로 나눈 수준별 시험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원 대학과 전공에서 난도가 높은 B형 위주로 입시 전형을 진행할 경우 애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난도가 높은 B형을 전형에 반영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수준별 시험이 성공하려면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수능 비율이 점차 낮아져야 한다”며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처럼 수능 점수가 지원 자격으로만 사용된다면 대학도 학생의 수능 점수 1~2점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영수 편중 심화되나=연구회는 탐구 과목 통합으로 학생 부담은 줄어들고 종합적인 사고력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입 전형에서 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훨씬 줄어들어 학생들의 ‘국영수 편식’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 지적도 나온다. 고교 교육도 국영수 중심으로 파행 운영되고 사회·과학 영역 교과과목은 ‘입시대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서울 잠실고등학교 이금준 교사는 “현재 안대로라면 탐구 과목 중 학생이 수능에서 선택을 하지 않는 과목은 자습시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탐구 영역 중에서도 성적을 얻기 쉬운 과목으로만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국사, 윤리도 배우지 않고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영수 과목 교육도 깊이가 얕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영동일고등학교 김해용 교사는 “수준별 시험이 도입되면 문과 학생은 쉬운 수학만 배우고, 이과 학생은 쉬운 영어만 배우게 된다”며 “고교 교육이 오직 수능 시험에만 맞춰지면서 깊이가 얕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부담 줄어드나=개편 시안을 발표한 연구회는 수능 부담이 완화되면 사교육비도 경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험생이 자신의 수준에 맞춰 A형이나 B형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교육만으로도 수능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2차례 시험 실시로 1차 시험 후 단기 속성 특강 같은 새로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험 과목이 줄어들면 과목마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수능 변별력 저하로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 요소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늘 수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비중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대학들이 논술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며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