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전쟁] 박재완, 방위병으로 軍 복무… 위장전입은 시인

입력 2010-08-20 23:4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야당은 병역, 재산, 논문 이중게재 등 도덕성 문제를 추궁했고, 여당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잡아가며 정책 능력 검증에 집중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기피했다면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고혈압을 이유로 보충역에 편입됐는데 이후 약을 복용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의원은 논문 이중게재 의혹과 위장전입 의혹도 캐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어릴 때 경기를 하다 부딪쳐 생긴 상처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게 됐고 보충역 판정을 받아 방위병으로 복무했기 때문에 병역기피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했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박 후보자가 대학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조차 교수직을 사퇴했다”며 “현 시점에서 교수직 사퇴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해야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세종시는 분명히 실패한 정책”이라며 “실패하신 분이 장관으로 바로 임명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국책 사업을 보면 거의 찬반 논쟁 속에서 추진 됐고 완공되기 하루 전까지 시위가 있었다”고 대응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로 정책에 집중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갔지만 박 후보자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조해진 의원은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지역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차명진 의원도 “반대 의견을 반영하려고 하지 않아 세종시 수정안이 실패했고 4대강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 의원은 “정치 공부를 하셨는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세종시, 4대강) 실패 경험이 있는데 장관직은 잘 할 수 있겠느냐”며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용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구속 노동자 사면과 실업급여 강화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박 후보자는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실업 급여를 강화하면 고용 감소와 도덕적 해이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대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덜 걷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기업들이 움직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일자리 문제 해결과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고용부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장시간 근로관행,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지난 8일 개각 직후부터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무실을 차리고 청문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장 바깥에는 고용부 직원 10여명이 의원들의 질의에 맞춰 자료를 준비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이슈 없이 청문회가 오후 4시30분쯤 끝나자 “준비한 것에 비해 질문이 날카롭지 않았다”며 맥 빠진 모습을 보였다.

선정수 기자, 김창현 대학생 인턴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