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어떡해… 기업들 “그래도 소비자인데” 골머리

입력 2010-08-20 19:00


“과자서 벌레, 휴대폰 폭발…”

인터넷 공개 협박 거액 요구


기업에게 경계해야 할 골치 아픈 대상이 있다. 경쟁업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불량 소비자인 ‘블랙컨슈머’다. 블랙컨슈머는 IT의 발달과 함께 더욱 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식품·유통업계는 물론 전자·자동차업계에까지 블랙컨슈머가 등장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이 활발해지면서 블랙컨슈머는 더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물질이 나왔다고 하면 기업 이미지에 즉각 타격을 입는 식품업체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속앓이가 심하다. 업체에 이물질 신고를 한 뒤 얼마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는 협박은 흔한 일이 됐다.

얼마 전 한 제과업체는 ‘아이스크림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나왔다’는 이물질 신고를 받았다. 신고를 한 소비자 A씨는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에서 애벌레가 기어 나오는 모습을 찍어 해당 업체에 신고했다. A씨는 수천만원을 주지 않으면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영하 14도 이하에서 보관되는 아이스크림에 애벌레가 살아있을 수 없다. 명백한 블랙컨슈머 사례였다.

블랙컨슈머들은 대부분 거액의 보상을 요구한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하이힐을 산 B씨는 새 신발을 신고 가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B씨는 새로 산 하이힐에 하자가 있고 백화점 바닥이 미끄러워 생긴 일이라며 치료비를 청구했다. B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리를 다쳐 집안일을 할 수 없으니 도우미 비용까지 달라’고 요구해 수백만원을 보상받았다.

블랙컨슈머는 주로 식품·유통업계의 문제였는데 요즘 들어 전자업계 등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휴대전화가 폭발했다거나 세탁기에 불이 났다며 거액의 보상을 바랐지만 조사 결과 제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잘잘못을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들어간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블랙컨슈머는 기업에만 골치인 것이 아니라 멀리 봤을 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법적으로는 소비자가 제품의 하자를 문제 삼더라도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기본법은 제품에 하자가 생겼을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해주도록 돼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도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최대한 소비자의 편의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악의적으로 음해하려고 하거나 터무니없이 거액을 요구할 때는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