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한상렬, 판문점서 체포… 北 200명 도열해 배웅

입력 2010-08-21 00:20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이 무단방북 70일째인 20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한 고문은 오후 3시쯤 흰색 두루마기에 한반도기를 들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북한 측 인사 200여명은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 도열해 ‘조국통일’ ‘우리 민족끼리’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한 고문은 곧바로 통일부 연락관 2명에게 신병이 인수됐고 경찰 등 공안당국은 오후 3시27분쯤 한 고문을 체포해 경기도 파주경찰서로 연행했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이르면 21일 밤이나 늦어도 22일 낮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합동조사단은 북측 인사를 만나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취지로 발언한 한 고문에게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회합·통신, 찬양·고무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 고문의 부인 이강실씨는 이날 오후 7시50분부터 40여분간 파주경찰서에서 한 고문을 면회한 뒤 “(한 고문이) 당당하지만 조사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한 고문은 지난 6월 12일 정부 승인 없이 중국을 거쳐 밀입북했다. 쑥섬혁명사적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김일성종합대학, 단군릉 등 평양 곳곳을 돌아보고 평양 봉수교회 예배에 참석해 6·15 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설교를 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환 하루 전 한 고문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는 안경호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 위원회 위원장, 강영섭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한편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각각 한 고문의 방북을 지지하거나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진보단체는 임진강역에서, 보수단체는 통일대교 남단에서 각각 집회를 갖고 해산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전·의경 25개 중대를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 회원 100여명은 오후 2시쯤 경의선 임진강역에서 한 고문의 방북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라이트코리아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650여명은 오후 2시30분쯤 통일대교 남단에서 한 고문의 무단 방북을 비난하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지훈 황일송 이도경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