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전쟁] “투기꾼같이” 질타에 이재훈 “쪽방촌, 아내가 노후용으로…”

입력 2010-08-20 21:37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대부분 시인하며 최대한 몸을 낮췄다. 지위를 이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재산 증식 부분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고, 로펌 ‘김앤장’ 재직시절 LPG 담합 소송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후보자는 논란이 된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본인 부덕의 소치”라며 수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특히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후보자의 배우자께서 창신동 일대 쪽방촌 건물, 그리고 남창동 상가건물을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연일 터지고 있다”고 추궁하자 “집사람이 아마 친구들하고 노후 대비용으로 그렇게 한 걸로 안다”며 “경위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제 책임이고 신중치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왜 이렇게 전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얘기를 해야 하나. 미안한 짓을 하지 말아야죠”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후보자 부인이 친구 2명과 공동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했고 오히려 손해를 본 점을 보면 이른바 ‘묻지마 투자’로 보인다”며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의도도 좋지 않았다고 본다”고 거듭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쪽방촌까지 찾아다니면서 시중의 투기꾼 같이 매입한다는 것이 고위 공직자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덕불감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부적절하게 매입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증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질의의 취지를 이해한다. 깊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앤장 근무와 논문 작성 의혹도 나와=이 후보자가 공직 퇴직 후 김앤장의 고문을 맡았던 지난 5월 LPG 정유업체들의 담합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률자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 등은 “지식경제부 출신 관료들이 대형 정유사의 이익을 돕는다는 문제점이 수차례 제기돼 왔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도 “이 후보자는 법률 관련 자격증이 없이 단순한 자문만 하는데도 4억원 정도의 연봉을 지급받았다”며 “법무법인에서 경제부처의 고위공직자를 영입해 고문으로 두는 것은 결국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김앤장에서는 제 지식과 경륜을 갖고 폭넓은 자문활동을 했으나, 특정 건에 대해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자문 역할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따져 물은 뒤 “실상 한 게 아무것도 없이 그냥 로펌 고문으로 돈을 받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영환 지경위원장도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곧바로 이해관계가 있는 로펌에 가서 일하는 것은 전관예우를 넘어서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수출과 관련 우리 투자환경 등을 일러주고, 여러 법규가 얽혀 있을 때 해석해 주는 등의 역할을 했다”며 “로비스트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산업자원부 국장시절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필요한 설문을 정책과제처럼 포장해 논문을 작성했다는 의혹은 선선히 시인했다. 그는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이 “개인적인 논문 작성을 위해 공직을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추궁하자, “의원님 지적대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의 재산이 지난 1년 사이 6억원 가까이 늘어난 부분도 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재산 증식 과정이 설명이 안 된다.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자는 로펌 소득과 퇴직연금 소득, 상가임대료 등 소득증가 항목과 액수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친서민 정책 펴겠다”=이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되면 친서민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강화 여부를 묻는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의 질의에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대·중소기업상생법) 개정 둘 다 필요하며, 중소 영세 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조정제도가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다만 “상생법의 경우 통상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문제의 본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살펴보고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이어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을 위해선 대기업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성과공유제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장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고용 확대를 위한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면서 소프트웨어, 시스템반도체 등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은 ‘고용친화형 신산업’ 발굴과 육성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이어 녹색성장을 가속화하는 에너지자원정책 추진과 해외자원개발역량 강화와 원자력산업 경쟁력 강화 및 원전 수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노용택 기자, 김우수 대학생 인턴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