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조현오, 청문회서 살아날까
입력 2010-08-20 18:26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공식 사과했다.
조 후보자는 서울지방경찰청 15층 회의실에서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소속 유가족 13명에게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유가족 여러분에게 심대한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 역시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소중한 자식을 나라에 바친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문제가 된 표현은 천안함 희생 용사에 대한 경건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격조 높게 이어가자는 바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열심히 제대로 잘 하겠다”고 말해 자진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사과문 낭독 후 비공개 면담에서 유족들은 한 명씩 조 후보자에게 항의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경찰관들에게 강연을 하며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고불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유족들은 조 후보자의 공개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유족협의회 측은 면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공개적으로 조 후보자를 반대하거나 법률적으로 고소하는 입장을 취하하겠다”며 “조 후보자가 청문회 이후 현충원에서 참배하는 것으로 이번 일을 일단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공식 사과함으로써 천안함 유족의 분노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오는 23일 청문회까지 조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조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특검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이미 그의 손을 떠나 정치권 최대 현안이 됐다. 조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까지 검토했던 민주당은 청문회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언급 배경을 집중 추궁키로 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등 부적격 지명자들을 사퇴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차명계좌 특검 실시를 주장하며 조 후보자를 감싸는 듯한 분위기다. 조 후보자가 당분간 정치권 공방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문회가 끝나고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차명계좌 발언에 따른 후유증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취임 전부터 경찰청장의 중립성이 훼손된 것도 부담이다. 청문회에는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과 박노현 중부경찰서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조 후보자의 성과주의가 양천경찰서 고문경찰관 사태를 유발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조 후보자의 개인적인 비리는 제기되지 않아 정치권의 공방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