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방역 중단 3년… 접경지역 말라리아 기승
입력 2010-08-20 21:13
남북 관계가 경색돼 공동방제가 중단되면서 올해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려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질병관리본부와 시·군 보건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모두 11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6명보다 43.9% 증가했다.
말라리아 환자는 대부분 북한과의 접경지대에서 발생했다. 경기북부 지역 10개 시·군에 신고된 환자 수는 399명으로 전년 동기의 297명보다 34.4% 증가했다. 파주시 112명, 연천군 66명, 강화군 53명 등 북한과 인접한 곳일수록 피해가 컸다.
동해안 최북단 지역인 강원도 고성군은 올 들어 16명의 환자가 발생, 2008년보다 8배 늘었다. 중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인 화천군에서도 17명이 발병했다.
이처럼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 것은 남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공동방제작업이 중단돼 말라리아 모기 개체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 고성군과 인접한 북한지역에는 최근 3년간 공동방제작업이 중단됐고, 경기도에 인접한 북측 지역은 천안함 사건으로 올해 공동방제가 3개월 넘게 지연됐다. 경기도는 지난 18일 모기 유충 구제약품과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을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투약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 북한은 2007년 황해도와 북강원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예방투약을 한 이후 기근에 따른 체력저하와 절차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예방투약을 중단했다.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6개월에서 1년으로 지난해 예방투약을 하지 않은 북한 주민들이 올해 대거 말라리아에 걸렸고 휴전선 인근 남한 지역으로 말라리아가 확산됐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게다가 올 들어 말라리아의 원인이 되는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된 점도 말라리아 모기 개체수 증가에 일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말라리아 위험지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고열과 오열, 식은땀, 무기력증 등 이상 증세가 있으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