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제작’ 관리 소홀 공무원들 징계 불가피
입력 2010-08-20 21:26
행정안전부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새(國璽) 의혹과 관련해 국새제작단장이었던 민홍규씨와 국새 주물을 담당한 이창수씨에 대해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뒤따를 전망이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민원실을 통해 민씨와 이씨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소 또는 고발을 할 때 범죄명을 적지 않는다”면서 “행안부가 수사의뢰서에 범죄명을 명확히 한 것은 해당 범죄사실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통 주물제작 방식 대신 현대식 가마에 구워 국새를 만든 부분은 사기죄에, 국새 제작을 위해 업무상 맡긴 금을 사용한 뒤 남은 것을 되돌려주지 않고 착복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안부가 국새 제작 과정 자체를 사기로 판단한 만큼 국새 제작 관리감독을 담당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2008년 12월 행안부가 국새 제조 과정을 소개한 책자 ‘국새’에는 ‘전통적 방식에 의해 제작됐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지난해 행안부가 발간한 백서에는 “현대식 가마에 넣고 밀랍을 녹임”이라며 1년 전 기록과 다르게 기술됐으나 그동안 행안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민씨 등이 사기 혐의로 처벌받게 되면 국가를 상징하는 국새의 위상은 크게 훼손된다. 이 경우 국새는 폐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또 수사의뢰서를 통해 국새를 제조하고 남은 금 800g을 민씨가 유용한 혐의에 대해 그동안 고수해온 입장을 번복, 논란이 예상된다. 행안부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합쳐 국새 제작비용을 일괄계약한 만큼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행안부는 국새 제작비용으로 1억9000만원을 책정, 민씨와 계약을 맺으면서 제작비용이 10% 이상 증감하면 사후정산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뢰서에서 행안부는 민씨 등에 대해 횡령혐의를 적시,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에 대한 소유권이 국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민씨가 원장으로 있는 국새문화원과 경남 산청군이 건립 중인 국새기념관 건립사업에 행안부의 특별교부금 7억원이 지원된 의혹도 밝혀질 전망이다.
행안부는 올해 3월 특별교부금을 지원, 민씨가 금 도장을 정·관계 인사들에게 상납한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와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 점을 근거로 예산지원을 노린 로비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국새기념관 신축 및 증축 사업에는 지금까지 산청군이 25억원, 경남도가 15억원을 지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