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베냉 뒤흔든 다단계 사기… “투자하면 연 최고 100% 이자”
입력 2010-08-20 21:30
서아프리카의 조용한 나라 베냉이 요동치고 있다.
수만명의 베냉 주민들이 현직 대통령까지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폰지 사기사건으로 재산을 탕진해버려 국민경제는 물론 집권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베냉 폰지 사건의 주범인 ‘ICC서비스’사는 투자를 하면 연 50∼100%의 이자나 배당금을 주겠다고 주민들을 유혹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수법이다.
하루 약 2달러로 연명하는 베냉 주민들에겐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현직 관료들까지 나서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 동원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보도했다. 주민들은 친구, 가족, 친척 모두를 동원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거리에서 자동 초상화 그리기 기계로 돈을 벌어오던 크리스찬 벤홍베디는 “가족 생계를 위해 수백 달러를 투자했다가 모든 걸 잃었다”며 “베냉 주민 대부분이 똑같은 신세”라고 한탄했다.
재산 탕진 충격으로 쓰러져 죽는가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베냉 정부가 평가한 피해자는 5만∼7만명이며, 총 피해액은 1억8000만 달러(약 2123억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 2600∼3600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인구 9백만명의 빈국인 베냉으로선 국가경제가 흔들릴 만한 피해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거리 시위에는 1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화들짝 놀란 토마스 보니 야이 대통령은 내무장관이 개입됐다며 그를 퇴진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야이 대통령마저 폰지 사기사건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ICC서비스사 사무실에는 야이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고, 두 차례나 ICC서비스사 직원들을 대통령 궁으로 초청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베냉 국회의원 83명 중 50여명은 베냉 폰지 사기선거에 야이 대통령이 관여됐다며 19일 반역죄와 위증죄 혐의를 다룰 재판에 스스로 출두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키로 했다.
20년 전 부패한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며 자유를 쟁취했던 베냉 주민들의 정치적 분노가 이제는 현 집권층의 부패를 겨냥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