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고속도로 핀란드가 만든다
입력 2010-08-20 18:12
전기자동차가 연료 충전 걱정 없이 달리고 흐린 날씨에는 알아서 가로등이 켜지는 고속도로.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친환경 고속도로가 세계 최초로 핀란드에 만들어진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근교에 위치한 로비사시(市)는 전기자동차 충전소와 바이오연료 주유소가 설치된 세계 최초의 ‘녹색 고속도로(Green highway)’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비사시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 ‘생태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기준이 될 생태학적 고속도로 모델을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내년 3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끝낸 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공사비는 총 7억 유로(약 1조577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됐다.
녹색 고속도로는 남서부 해안지대 투르쿠와 러시아와의 국경 인근 발리마를 잇는 고속도로 중 아직 건설하지 않은 잔여구간 130㎞에 만들어진다. 고속도로 잔여구간 초입에 위치한 로바사시가 생태화 계획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녹색 고속도로에는 휴게소 등에 전기 충전소가 설치된다. 또 고속도로 인근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기물과 폐자원 등을 재활용하는 바이오연료 주유소가 만들어져 친환경 자동차에 연료로 공급된다.
도로 위 가로등엔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도로에 차량이 없을 경우 가로등을 자동 소등시키고 기후 상황에 따라 가로등의 광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태양전지가 가로등의 전력을 담당한다. 차량 난방에 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히트 펌프기도 설치된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알 수 있다.
이 고속도로에 친환경 차량만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휘발유 차량 등을 위해 기존의 석유제품을 취급하는 주유소도 함께 설치한다.
시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정유업체 네스트 오일, 환경기술업체 엔스토 등 대기업도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녹색기술이 핀란드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는 태양전지, 바이오연료, 전기자동차 등 녹색환경 제품들이 상용화 초기단계기 때문에 고속도로의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관계자는 “도로가 건설되는 6년 동안 친환경 제품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녹색 고속도로의 활용도는 충분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