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한다며… 132곳 6109억 ‘돈잔치’
입력 2010-08-20 18:20
공기업들이 편법으로 지급한 급여 및 수당이 6000억원을 넘는 등 방만 경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점검대상 132개 공기업들이 법령 및 정부지침을 위반하고 부당하게 지급한 인건비 등이 모두 6109억원에 달했다.
수법도 다양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말 예산에 없는 단체 포상비를 지급하는 것이 정부 지침에 위배되는 것을 알면서도 전산상 회계를 조작해 1인당 115만원씩 모두 61억원을 부당 집행했다. 국민연금공단 등 26개 공기업은 야간근무 할증률을 통상적인 150%보다 높은 174%로 적용하거나 시간당 임금을 과다 산정하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3년간 모두 1573억원을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한다면서 오히려 임금을 인상한 공기업도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7년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폐지키로 한 연차조정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해 26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과다한 복지후생제도도 여전했다. 강원랜드는 모든 직원에게 1인당 370만원씩의 후불식 복지카드를 지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하고 올 1월 예산 117억원을 소진했다. 한국전력공사 등 30개 공기업은 퇴직금 산정 시 임금이 아닌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올 3월까지 안 써도 될 505억원을 낭비했다.
이 때문에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공기업 지배구조는 여전히 후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007년 4월 이후 임금 편법 지급 등 이번에 지적된 35건의 이사회 통과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방만 경영을 견제해야 할 비상임 이사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 공기업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는 산하 공기업이 정부 지침과 다르게 인건비 예산을 편성해오거나 허위 보고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승인했다.
감사원은 이같이 여러 문제점이 도출된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여건의 변동이나 보완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공기업의 재무손실 및 공적기능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한 예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의 정부보유지분(55%)을 올해 말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예정대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최근 건설경기 위축으로 2000억원의 국민주택기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