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재독 설치작가 양혜규씨, 두 번째 국내 개인전
입력 2010-08-20 18:39
“재료와의 대화가 중요한 작업이죠”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주목받았던 재독 설치작가 양혜규(39)씨가 21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6년 안양의 한 폐가에서 열었던 ‘사동 60번지’에 이은 두 번째 국내 개인전으로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 탓에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주요 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그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국내외 미술관에서 전시 요청이 줄을 잇고 있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백남준, 정연두에 이어 한국작가로는 세 번째로 작품이 소장됐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변화가 있다면 저를 소개할 때 수식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독일에서 온 작가’였는데 이제는 ‘베니스 비엔날레 나갔던 작가’가 됐다. ‘독일 이모’에서 ‘베니스 이모’가 된 거다. 하지만 부담 같은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외국에서 특히 자신을 주목하는 데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첫째 제 작품이 쉽지는 않아요. 그리고 비주얼한 구석이 적죠. 이런 점이 프로페셔널한 작가로서는 처음엔 단점이었지만 나중엔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정형성이 없으니 또 어떤 프로젝트가 나올까 궁금해하는 듯해요.”
이번 전시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비디오 작업 ‘쌍과 반쪽-이름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을 비롯해 사진과 영상, 설치 작업 등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작업을 망라했다. 2층 전시장에는 대표작 중 하나인 광원(光源) 조각이 설치됐다. 링거대를 기본 구조로 전선과 전구를 매달고 현지 작업장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오브제들을 더한 작업이다.
또 ‘서울 근성(根性)’이란 주제로 ‘황금 휴가’ ‘약장수’ ‘서울 멋쟁이’ 등의 소제목이 붙은 조각 6점이 전시된다. 약장수에는 약통이나 안마기 인삼 등이, 서울 멋쟁이에는 각종 휴대전화 장식 고리들이 치렁치렁 매달렸다. 16년째 외국에서 생활하는 작가의 눈에 새롭게 들어온 서울의 물건들이다.
“재료와의 대화가 중요한 작업입니다. 휴대전화 장신구와 각종 사이비 의료기구, 약통 같은 재료를 하나씩 헌팅(hunting)하며 아이템을 결정했죠. 서울에서 살아가는 데 어떤 근력(根力)이 필요할까 생각한 겁니다. 근력을 기르다 보면 근성이 될 거고요.”
양씨는 평소 자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인물로 거론했던 프랑스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96)의 단편소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직접 연극으로 연출해 9월 11∼12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 모노드라마 형식의 연극에는 아나운서 출신의 배우 유정아씨가 출연한다(02-733-894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