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차관 불러 장관 잘 모실지 물어봐야”… 장관 검증하나, 차관 검증하나

입력 2010-08-20 18:27


“왕(王)차관을 불러 장관을 잘 모실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장관 옆에다가 차관 불러놓고 ‘장관 말 잘 듣겠느냐’ 물어보는 게 말이 되느냐.”

국회에서 20일 열린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가 아닌 박영준 지경부 2차관을 둘러싼 입씨름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실세 차관’으로 불리는 박 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나섰다. 노영민 의원은 “박 차관 임명으로 이 후보자의 정상적 업무 진행에 우려가 제기된다”며 “박 차관을 불러 월권을 행사할 것인지, 장관을 인정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균 의원도 “장관과 1차관이 허수아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장관의 입지를 흔드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 후보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얘기”라며 “증인, 참고인은 5일 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얘기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이명규 의원도 “차관은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30분가량 논란 끝에 청문회는 결국 정회됐다. 여야는 간사협의를 통해 박 차관에 대한 질의응답은 추후 상임위에서 갖기로 하고 15분 만에 인사청문회를 속개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이어진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를 상대로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