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권오중씨가 앞치마를 두른 이유는… “아빠가 요리 하면 아이가 행복해져요”

입력 2010-08-20 17:47


“세상에는 모든 어머니의 수만큼 최고의 요리가 존재한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한 말이다. 어머니 손맛이 들어간 요리가 최고란 얘기이리라. 식객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에서 성찬의 맞수 ‘봉주’ 역을 맡았던 탤런트 권오중씨는 이 말에 살짝 딴지를 건다. “아빠의 요리가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

권씨는 “아들 혁준이는 제가 주방에 들어가면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면서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은 아빠들이라면 앞치마를 두르라”고 했다. 그는 “의외로 쉽고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요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요리를 모아 권씨는 최근 책을 냈다. ‘아빠가 들려주는 건강밥상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굿 잇츠(GOOD EATS)’. 좋은 먹거리란 뜻이다.



봉주 역을 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바로 그즈음 권씨는 “아들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또 그것이 음식과 관계있으니 식생활을 개선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다. 3년 전 일이다. 그때부터 먹거리를 유기농으로 구하고,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등 식탁을 바꿔나갔다. 또 평소 친분이 있던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소영(푸드 앤 테이블 대표)씨에게 나물 등 아이가 좋아하지 않지만 먹여야 되는 것을 먹일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박씨는 “아이 식단은 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라”면서 비빔밥 케이크를 가르쳐줬다. 비빔밥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 모양으로 변신시킨 것.

“드라마 배역과 가족의 식탁 바꾸기가 맞물리면서 요리 공부를 하게 됐다”는 그는 한식·양식 조리사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최근 한국호텔경영전문학교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허약체질인 아들을 건강하게 키워낸 요리들을 모은 책에서 꼭 봐야 할 꼭지로 식품첨가물(표 참조) 살피기를 꼽았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음료수 포장지를 한번쯤 눈여겨 봐주세요.” 그는 맛 색 향을 좋게 하기 위해 넣는 이런 첨가물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빠가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 아이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도타워지므로 주말에는 주저하지 말고 주방에 들어가십시오.”

그는 왕초보 아빠 요리사들이 할 만한 요리로 비빔밥케이크와 보기만 해도 근사한 그리스식호박가지그라탕을 추천했다. 권씨는 특히 그라탕은 “혁준이를 놀라게 할 만한 특별요리면서 영양도 풍부한 요리를 찾기 위한 창작의 고통이 담겨 있는 메뉴지만 만들기는 정말 쉽다”고 소개했다. 요즘이 제철로 비타민 A·B군·C·E가 듬뿍 들어 있고, 아연 엽산 인 등 무기질도 풍부하고 항암효과까지 있지만 아이들이 좀처럼 먹지 않는 가지와 호박을 먹일 수 있는 요리이니 엄마들도 눈여겨볼만하다. ‘아무래도 요리는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비빔밥 케이크부터 해보자. 나물무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물론 어렵다. 아내의 도움이 이 요리의 팁이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나물과 밥을 이용하는 것.

엄마의 밥상보다 맛은 처질지 모르지만 아빠의 밥상은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너무 더워 짜증나는 올여름 아이들에게 아빠의 밥상을 선물해보자. 훗날 아이들이 자라 아빠가 되었을 때 슬쩍 꺼내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멋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권씨의 도움말로 비빔밥케이크와 그리스식호박가지그라탕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초보 아빠도 만들수 있는 요리 두가지

비빔밥 케이크

<재료> 밥 1공기, 당근·고사리·시금치 등 나물 3가지 약간씩, 천일염, 참기름, 통깨 약간씩, 메추리알 1개, 식용유 약간, 고추장 소스(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통깨·다진마늘 1작은술씩, 진간장·꿀 1큰술씩, 사과 간 것 2큰술, 참기름 2작은술) <만드는법> ① 밥이 뜨거울 때 천일염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버무린다. ② 메추리알을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부쳐놓는다. ③ 밥 나물 순으로 틀에 차례대로 눌러 담는다. 마지막은 밥으로 마무리해 케이크 모양을 만든다 ④ 참기름을 제외한 고추장 소스의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살짝 볶아 준다. 불을 끄고 비빔밥 케이크에 뿌리기 전에 참기름을 넣는다. ⑤ 비빔밥 케이크 틀을 빼낸 뒤 맨 위층에 고추장 소스와 메추리알 프라이를 올려 마무리 한다.

그리스식 호박가지그라탕

<재료> 호박·가지 1개씩, 양파 ½개, 파프리카 색깔별로 ⅔개씩, 쇠고기 100g, 모짜렐라 치즈 1컵, 소금·후추·레몬즙 조금씩 <만드는법> ① 호박과 가지는 길쭉하게 반으로 자른다. ② 잘라낸 가지와 호박의 속을 숟가락으로 적당히 파낸다. ③ 손질한 가지와 호박을 소금 후추 레몬즙으로 밑간을 한다. ④ 쇠고기는 잘게 다져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⑤ 파프리카와 양파도 잘게 다진 뒤 쇠고기와 섞어 가지와 호박에 넣고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다. ⑥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10분간 구워 치즈가 노릇하게 익으면 꺼내 그릇에 담는다. 오븐토스터기를 이용해도 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