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다큐영화들, 액션·스릴러판 속 조용한 흥행

입력 2010-08-20 17:54


톱스타 원빈 주연의 ‘아저씨’,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이끼’가 3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소리 없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누적 관객 수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대규모 배급에 힘입지 않고 오로지 작품의 질과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라 의미가 각별하다.

화제의 영화는 1969년 미국 베델 평원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을 소재로 한 ‘테이킹 우드스탁’이다. ‘색, 계’의 이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개봉 3주 만인 지난 17일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했다. 10여개 상영관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을 생각하면, 1만 관객 돌파는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영화사 측은 “대규모 물량 공세 없이도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음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리아 슈토트마이어·파울 슈마트니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음악영화 ‘엘 시스테마’도 이에 못지 않다. 10여개 상영관에서 상영중임에도 개봉 1주일 만에 5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페인어로 ‘시스템’이라는 뜻이지만, 베네수엘라의 저소득 아동·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12일 이 영화 개봉 직후 평단과 언론·관객의 호평을 받으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이후 인터넷에는 이 영화를 단체 관람했다거나 인근 지역에 상영관이 없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영화를 봤다는 등의 수기가 올라오고 있다.

7월 초 개봉한 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오스트리아 영화 ‘하얀 리본’은 전국을 통틀어 2개의 상영관에서만 상영됐는데도 한 달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복종과 순수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얼굴과 전쟁에 돌입한 우울한 시대 상황이 오버랩되는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로는 지난 3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 2’가 화제를 모으며 1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바 있다.

‘조용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의 특징은 영화 자체가 주는 진한 감동과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확보다. 액션이나 스릴러 외의 장르는 구경하기 힘든 최근 영화계에서 이 영화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 영화계 관계자는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찾아서 능동적으로 관람하는 관객이 늘어나야 소규모 흥행작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