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프로야구 선수들 ‘생애 최고의 날’
입력 2010-08-20 18:53
누구는 9경기 연속 홈런을 치지만 한 시즌에 단 한개도 못치는 선수도 있다. 누구는 10승을 밥 먹듯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단 1승도 못하는 투수도 있다. 그러다 긴 세월을 참고 뛰다 보면 한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치기도 하고 6년 만에 첫 승리를 맛보는 경우도 있다. 남들은 몰라주지만 자신에게는 생애 최고의 날을 만들어 가는 선수들이 많다.
KIA 포수 차일목(29). 홍익대를 거쳐 2003년 KIA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친 홈런이 고작 5개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6개나 쳤다. 지난 19일 넥센전서는 생애 첫 한 경기 2개의 홈런아치를 그려냈다.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그는 주전 포수 김상훈에 밀린 백업 포수지만 에이스 로페즈가 등판할 때면 마스크를 쓴다. 개성이 강한 로페즈가 원하는 걸 거의 수용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양의지(23)는 신인 포수 최다 홈런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 SK와 경기부터 4경기 연속 대포를 쏘아 올린 양의지는 벌써 올해 15개 홈런을 터뜨려 1999년 홍성흔(롯데)이 작성한 신인포수 역대 최다 홈런(16개)에 1개 차로 다가섰다. 9경기 연속 홈런에 가려 4경기 연속 홈런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신인으로는 대단한 기록이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07년 1군에서 고작 3경기만 뛰고 이듬해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양의지는 제대와 함께 올해부터 두산의 안방을 꿰차며 올시즌을 최고의 한해로 만들어 가고 있다.
LG투수 김선규(24)는 2005년 SK 입단 후 6년, 24경기 만에 생애 첫 승리를 거뒀다. 19일 한화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¼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짠물 투구를 펼쳤다. 올 시즌 한화와의 4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1.42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한 김선규는 SK에서 2005년 2경기, 2009년 1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올해 LG로 옮겨 중간계투요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롯데 투수 김수완(21)은 지난 17일 SK를 상대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선두 SK에게 완봉승을 거둔 선수는 류현진(한화) 밖에 없을 정도여서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올들어 롯데 마운드에 혜성 같이 등장,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 중인 그는 양의지의 강력한 신인왕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2008년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그는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규약으로 보장하는 최저연봉 2400만원을 받고 있다. 김해고에서 제주관광고로 야구 유학까지 갔으나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