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교회론’ 설파하는 송영선 美 빌립보교회 목사

입력 2010-08-20 19:31


미국 메릴랜드의 빌립보교회 홈페이지 메인화면엔 큼지막한 글씨의 ‘빌립보교회 머슴교회’ 소개글이 나타난다. 송영선(53) 담임목사도 스스로를 ‘머슴 목사’로 부른다. ‘머슴교회’(두란노)란 책도 썼다. 그가 생각하는 머슴이란 뭘까. 세미나 인도차 최근 고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한국 교회에서 종(목사)은 지금 너무나 높아져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지만 죽기까지 복종하셨어요. 크리스천의 소명은 다른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는 것입니다. 목사부터 그 소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에 따르면 머슴은 종보다 더 하위 개념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 목사는 이제 종이 아니라 머슴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제1회 머슴교회 세미나에서는 이에 대한 성경적 배경, 머슴교회의 10가지 가치, 빌립보교회의 적용 사례 등을 집중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10가지 가치는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핵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10가지는 오직 예수, 머슴의 정신, 한 영혼의 귀함, 목양 우선, 과정 중심, 평신도 사역, 두 날개(교회와 가정), 본질과 비본질의 조화, 안팎이 똑같음, 용서와 관용이다. 17년 전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추구했던 그의 목회철학이기도 하다

빌립보교회는 기존 교회와 몇 가지 구분되는 게 있다. 우선 당회 대신 목회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장로 5명과 집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사, 건축 등 교회 내 주요 사역을 위임하고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봉헌한 교회 건축도 이 협의회를 통해 구성된 프로젝트팀에서 추진했다. 설계와 재정 등을 그 팀에서 다 충당했다고 한다. 협의회가 위임하는 팀은 그만큼 자치권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협의회가 당회처럼 치리권을 갖지는 못한다. 파워 싸움을 우려해서다.

이 교회는 훈련받은 평신도를 목자라고 부른다. 장로가 되려면 1년 동안 목자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치리 장로가 아닌 목양 장로가 성경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회 주보의 ‘목회칼럼’ 필자엔 목사와 함께 장로의 이름도 등장한다. 목사와 함께 장로도 소그룹 등을 맡아 목회를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위치한 하노버 지역은 군산복합체와 대학이 밀집된 지역이다. 고급 인력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빌립보교회 교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목회자가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 송 목사는 “목회자들의 권위는 섬길 때 나온다”며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내 속까지 보여줄 때 사람들은 감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25일 경기도 수원 화음교회(이상훈 목사)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국내 목회자를 대상으로 빌립보교회가 추구해온 머슴교회의 정신도 소개된다(031-269-6391).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