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독학생운동 아프리카 2010’ 콘퍼런스 케냐 현장을 가다
입력 2010-08-20 17:35
무대 앞에 놓인 대형 아프리카 지도에 수많은 이름들이 써내려져 간다. 아프리카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치겠다는 젊은이들의 이름이다. 한 남자 청년은 지도를 끌어안고 눈물 흘렸고, 그 옆의 여성은 지도 위에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기도했다. 케냐의 미래, 아프리카의 소망을 짊어진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제기독학생운동(샘·SAM) 아프리카 2010’ 콘퍼런스가 지난 14∼18일(현지시간) 케냐의 나쿠루 지역 카바락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진, 케냐에서 가장 잘 정비된 대학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기독 청년 1000여명은 “우리가 일어나야 아프리카가 변화된다”고 결단하며 용기를 얻었다.
샘콘퍼런스는 청년 부흥운동이자 영성,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이다. 국제구호 NGO 팀앤팀이 “우물을 파주면 당장 급한 상처를 치료하지만, 10년 20년 뒤의 건강한 아프리카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제임스 무리우키 등 현지 동역자들과 함께 시작했다. 2008년 5월 400여명이 모여 ‘아프리카여, 일어나라(Africa Arise)’를 모토로 첫 대회를 개최했으며, 올해 3회째다. 현재는 샘 인터내셔널이라는 독립된 선교단체가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로 정했다. 만나교회, 의선교회, 예일교회 등 한국의 목회자와 성도들, 케냐 룸부아 지역에서 봉사를 하다 합류한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부 학생들 및 해외 유학생 등 100여명의 한국인들이 동참했다. 케냐 청년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도전과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14일 개회식에서 샘 인터내셔널 이사장인 감경철 CTS 기독교TV 회장은 “케냐의 희망인 여러분이 꾸는 꿈이 바로 케냐의 미래”라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라”고 격려했다.
대회 일과는 오전 6시 아침 묵상과 중보기도로 시작했다. 오전에는 팀앤팀을 설립한 이용주 선교사가 강사로 나서 ‘아프리카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매일 강연했다. 10여 년간 물을 전하러 다니며 6차례 차량이 전복되고, 강도를 만나고, 끝내 동역자 3명을 먼저 하나님께 보내야 했던 경험에서 나온 그의 메시지는 아프리카 청년들의 마음을 진하게 울렸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에 소망과 생명을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우리도 삶을 통해 생명을 전해야 합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하나님 아버지의 눈물, 기쁨이 돼야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으로 들어가 영향력을 발휘하십시오. 청년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선교사가 들어와도 아프리카는 변하지 않습니다!”
나시우마 카바락대 부총장의 ‘시대를 통한 청년의 사명’, 제인스 키위아피 케냐 교육부차관의 ‘리더십과 책임감’, 월터 에릭 LCI(Life Challenging Islam) 대표의 ‘이슬람을 향한 도전’ 등 강연도 오전에 진행됐다. 오후에는 영적 분야 6개 과목과 전문 분야 10개 과목의 세미나가 진행됐고, 한국인들을 위한 선교 훈련 ‘글로벌 액션’도 마련됐다. 저녁에는 다시 호주의 대표적 청년 사역자 크리스 호프 목사와 케냐 현지 목회자들의 강연과 찬양이 이어졌다. 특히 현지 청년 28명으로 구성된 샘 찬양단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대에 올라 감동적이면서도 열정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케냐 청년들이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와 찬양은 정말로 뜨거웠다. 호주에서 온 김태겸(23)씨는 “도움을 주고 싶어 왔는데 케냐 청년들의 자유함, 순수한 영혼, 그리고 열정은 오히려 나에게 큰 가르침과 도전이 됐다”고 했다.
대회 4일째 오전, 아프리카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단한 청년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아프리카 지도 위에, 자신의 온 삶을 바칠 곳에 이름을 적었다. 한국인들도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달 수단으로 떠나는 이종호 선교사는 이름과 함께 “아이 러브 수단”이라고 썼다. 이어 만나교회 성도들이 스와일리어로 ‘예수 사랑하심은’을 부르고, 복음성가에 맞춰 단체 율동을 선보였다. 아프리카 청년들은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18일 콘퍼런스가 끝난 뒤 청년들은 저마다의 비전을 안고 학교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모이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는 글로리아 모더니(21)양은 “교수가 되고 싶다는 나의 꿈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여전히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케냐를 위해 내가 할 일을 찾겠다”며 웃었다. 샘 아프리카 김경식 대표는 “샘 콘퍼런스의 특징은 아프리카 청년들이 주체가 돼 행사를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고, 진행했다는 것”이라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케냐 그리고 아프리카를 아버지의 마음으로 품어나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나쿠루(케냐)=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