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련회가 바뀌고 있다

입력 2010-08-20 13:53


[미션라이프] 한국 교회의 여름이 바뀌고 있다. 개교회 수련회는 저물고, 연합 수련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내 교회’를 위한 영성수련회를 넘어 타교회와 이웃들을 위한 봉사와 전도 활동이 눈에 띈다.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 무드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개교회 수련회가 아직은 한국 교회의 여름을 지배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회를 살리고 농촌을 살리고=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청년과 장년 300여명은 이달 초 강원도 원주로 하기 4박5일간 선교봉사를 갔다. 원주시 외곽의 농촌지역 6곳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목욕·이미용 봉사를 펼쳤다. 주민들 요청에 따라 밭에서 고추도 따고, 부엌도 고치고, 도배도 했다. 노인성경학교와 경로잔치도 벌였다. 지역 교회 3~4곳은 베이스캠프가 됐다. 경로잔치 등 주요 행사도 이들 교회에서 열었다. 이번 봉사의 주목적이 교회와 마을 주민간 관계 맺기이기 때문이다. 영락교회 김난향 청년회장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녁마다 고추, 감자를 가져다주시는 모습에 오히려 잃었던 많은 것을 얻어서 돌아온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봉사를 통해 농촌의 작은 교회들이 힘을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홍익교회(손철구 목사) 청년 160여명은 이달 초 지리산 자락으로 국내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경남 산청, 함양, 거창 등의 미자립교회를 돕기 위한 것이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물론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도 개최했다. 경남 산청의 고읍교회 건물 외관을 리모델링하고, 내부 바닥엔 새 보일러도 깔아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익교회의 지리산 자락 국내 단기선교는 2018년까지 10년간 계속된다. 농촌 교회 살리기는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녀간 뒤 경남 함양군 광월교회 구본호 목사는 홍익교회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알차고 잘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고 감동받으셨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교회가 연합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지난 16~19일 강원도 양양의 한 리조트에서는 교파를 초월한 전국 36개 교회 60여명의 목회자 부부가 연합수련회를 가졌다. 한국작은교회살리기연합(대표 정성진 목사)이 개최한 제1회 작은 교회 연합수련회다. 김의원 백석대 부총장, 김기홍 아름다운교회 목사, 김규동 요한동경교회 목사 등이 강사로 참석했다. 특히 김규동 목사는 이들 중 7개 교회를 선정해 교회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후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수련회는 중대형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생마당이었던 셈이다. 개척 3년차인 박재훈(일산 만나교회) 목사는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작은 교회를 수혜의 대상이 아닌 동역의 대상으로 바라봐줘 고마웠다”며 “작은 교회들도 얼마든지 사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진도 국제 씨+뮤직 페스티벌 기간이던 지난달 28~30일, 전남 진도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전도가 실시됐다. 이를 위해 이 지역 작은 교회들과 서울 수도권의 사랑의교회, 지구촌교회, 안양제일교회가 연합했다.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의 연합에 대형교회들의 협력이 가세하면서 진도는 씨+뮤직 페스티벌과 함께 새로운 크리스천 문화의 선도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양회 종합 핸드북’의 저자이기도 한 박천일 목사(CTS 사목)는 이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수련회 사후 조치를 주문했다. 박 목사는 “민감한 청소년이나 청년 시기에 맞는 여름수련회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생의 전환기를 가져오는 시간”이라며 “수련회 후 신문이나 문집, 사진이나 비디오로 남기는 게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나 홀로 새벽’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자율형 신앙 훈련이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도 국제 씨+뮤직 페스티벌 허건 총감독은 “수년 전부터 연합이 한국 교회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작은 교회가 밀집된 지방의 연합 움직임에 비하면 수도권의 개교회주의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h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