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무더기 제재… 곤혹스런 국민은행
입력 2010-08-20 01:48
국민은행은 되풀이되는 징계의 굴레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초대 김정태 행장이 2004년 분식회계 등으로 문책경고 징계를 받은 데 이어 2대 강정원 전 행장마저 19일 같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은행장 최초 문책경고 중징계(김 전 행장) 기록에 사상 최대 수준(88명) 징계라는 불명예 기록을 더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008년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392억원에 매입한 뒤 최소 4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또 BCC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실사보고서 등을 이사회 보고에 누락한 점도 징계사유에 포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모든 결재를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당취급과 관련해서도 징계했다. 금감원이 밝힌 위규 행위에 따른 손실은 단순 합계로도 1조1000억원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강 전 행장 외에 전·현직 임원 3명과 본부장 이하 직원 6명이 문책경고 또는 감봉의 중징계를, 임원 18명 등 78명이 견책 등 경징계를 받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검기관으로서 금융감독원의 종합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보는 대로 내용을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상품 특성과 은행 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다만 징계 대상자가 지난달 1차 통보 당시 100여명 수준에서 88명으로 줄어든 데 대해서는 안도의 표정을 내비쳤다. 최근 선임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여러 채널을 통해 금감원에 선처를 호소한 것이 유효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 파생상품 투자손실 문제 등으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소송을 냈다가 취하했었다. 마찬가지로 강 전 행장이나 일부 징계 대상 직원들이 법정다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