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차명계좌’ 확인 땐 정관계 메가톤급 후폭풍
입력 2010-08-19 18:51
서울중앙지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 수사에 착수하자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수사의 성패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따져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검찰이 영구보관 중인 수사기록은 수천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기록 일체를 넘길지 아니면 당시 수사팀 진술로 대체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19일 “명예훼손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을 요구할 경우 기록 자체를 제공할지 아니면 기록은 보여주지 않고 당시 수사진이 진술하게 할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차명계좌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소·고발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조 후보자의 발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물론 검찰이 수사기록을 확보한 뒤 차명계좌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사안은 간단하다. 하지만 수사기록이 외부에 공개된다면 또 다른 정치적 논란과 공방을 초래할 수 있어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사 결과로만 본다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은 100만 달러, 조카사위 연모씨가 받은 500만 달러, 딸 정연씨가 받은 4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에게 준 포괄적 뇌물로 봤지만 차명계좌 의혹은 수사 당시 제기되지도, 공개되지도 않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입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부장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장이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수위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 공개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나 여론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는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자신의 발언을 ‘근거가 불충분한 사견이었을 뿐’이라고 진술하면 수사기록 공개 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검찰이 짊어졌던 상처를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의혹을 확실히 규명하자는 여론도 있어 검찰은 이래저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용훈 김정현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