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불안 국내 영향 시각차… 민간 “파장 우려”-정부 “괜한 걱정”
입력 2010-08-19 21:17
밀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의 정도를 놓고 정부와 일부 민간연구소, 한국은행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밀 재고가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의 곡물 수출 제한이 국제 곡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하반기 국제 곡물가격은 상반기보다 5∼18% 인상될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생활물가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미 7월에 수입물가 중 농수산물이 지난해에 비해 11% 올랐다”며 “두 달쯤 후엔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물가 인상 요인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곡물가격 상승은 세계물가 상승요인이 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 연구소들은 기상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지만 달러화 약세로 국제 투기세력이 농산물로 이동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가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게다가 캐나다와 아르헨티나도 홍수와 라니냐 영향으로 밀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고 올 겨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도 경제동향간담회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곡물가격이 생산 차질에 따라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가공식품·외식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이 뛰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국제 곡물 소매가가 크게 상승해 2008년과 같은 곡물가격 급등 우려가 있지만, 수요 불안으로 당시와 같은 곡물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국제 곡물 재고가 양호해 곡물가격 급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농산물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 탓이다. 달러화 약세와 농산물 투기자금의 시장 유입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곡물 수출국들의 흉작으로 밀의 국제가격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무려 42%나 급등하는 등 국제 곡물값이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곡물 소비량 대비 수입 물량은 63.3%였다. 우크라이나산 밀은 지난해 전체 수입 밀의 89%, 올해 6월까지 22%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율이 높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