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사업 삼성물산 손떼라”… 코레일 최후통첩

입력 2010-08-19 21:50


좌초위기에 처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코레일은 사업정상화 의지를 내비치는 동시에 사업주관사인 삼성물산에 이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공식 요청했다.



◇코레일, “삼성물산 빼고 새 판 짠다”=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추진의지가 없으면서도 사업성과 땅값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시간 끌기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컨소시엄의 대표회사이자 사업주관사이며 계획 수립과 일정 조정,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에도 스스로를 지분율 6.4%의 일개 출자사로 표현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게 코레일 측 판단이다.

코레일 김흥성 대변인은 19일 서울 광화문 용산역세권개발(AMC) 주식회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은 더 이상 국가적 프로젝트를 볼모로 삼지 말고 적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이미 삼성물산에 AMC에서 빠져 달라고 통보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태이며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답변이 올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지금까지 삼성물산의 행태는 650억원으로 31조원 사업에 알박기한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코레일 측은 “삼성물산이 사업추진 의사가 있다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장녀 부진씨가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부진씨의 공식 직함은 호텔신라 전무이지만 삼성물산의 경영과 무관치 않다고 코레일은 보고 있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빠지는 대로 AMC를 전면 개편하고 사업의지가 있는 외부 건설투자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우리도 주주인데 다른 주주가 나가라 마라 할 수 있느냐”면서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다른 건설투자사들과도 협의를 해봐야 최종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코레일로선 사업 좌초만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사업이 좌초되면 고속철도 건설부채 4조5000억원을 갚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코레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또 집값 하락은 물론 장기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장엔 서부이촌동 주민 일부가 난입하면서 기물이 파손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레일이 삼성물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도 20일로 예정된 의무불이행에 따른 계약해지를 유보한 것은 지루한 소송에 휘말려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일단 23일 열릴 용산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 컨소시엄 이사회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삼성물산이 2명, 삼성SDS 1명 등 삼성그룹 관계자가 3명이다. 코레일이 사업자 교체안을 통과시키려면 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삼성물산과의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특별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새 판을 짜는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차선책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물산이 빠졌을 경우 새로운 건설 사업자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업계의 전망이 엇갈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면 이 사업에서 이익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