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투기 추락… 中 “방공망 뚫렸다” 당혹
입력 2010-08-20 01:40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에서 추락한 북한 전투기 처리 문제를 두고 북한과 중국이 기체 회수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선양(瀋陽)에 있는 북한 총영사관 차량이 18일 저녁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중국 외교부의 차관보급 간부도 선양으로 향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줄곧 ‘모르쇠’로 일관해 왔던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추락한 비행기는 북한 전투기로 보인다”며 “중국이 북측과 전투기 추락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추락한 비행기는 북한 전투기로 추정된다”며 “중국이 북측과 전투기 추락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로써 17일 오후 랴오닝성 푸순에서 추락한 전투기는 북한 공군 소속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북·중 양국은 북한 전투기가 왜 항로를 중국 본토로 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중국 인민해방군(PLA) 실무 관계자와 지휘부가 졸지에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개미 한 마리가 어디로 움직이는지까지 파악할 정도로 철두철미하다”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북한 전투기가 중국 본토에서 추락, “뭐라고 변명하든 결국은 항공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비롯한 중국 언론은 19일 레이더 감지를 피하는 최신 기술인 스텔스 기능조차 없는 구형 북한 전투기가 중국 영토 안에서 200여㎞나 비행할 때까지 중국 공군이 출동하지 않은 것은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한 군사전문가는 “추락한 전투기가 시속 21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미그(MIG)-21일 경우 이 전투기가 최소 5분에서, 최대 15분까지 중국 영공을 휘젓고 다닌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압록강을 넘어 중국 영토까지 넘어 온 북한 전투기의 비행 궤적을 방치한 중국군 보안당국의 무책임한 행태는 결코 용납받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