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 국·영·수, 쉬운 A형-어려운 B형 중 선택 응시

입력 2010-08-19 21:51


중장기대입선진화연구회(연구회)가 제시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의 핵심은 복수 시행, 수준별 시험 도입, 과목 대폭 축소의 세 가지다. 수험생의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을 점차 줄이자는 취지지만 벌써부터 입시 준비만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떻게 바꿨나=연구회는 매년 11월에 시험을 2회 실시하도록 해 20년 만에 수능 복수 시험 체제를 부활시켰다. 수능시험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에도 시험을 복수 시행했으나 95학년도부터는 한 차례만 봤다. 복수 시험 실시 당시 두 시험 간 평균 점수차가 8.2점이나 나는 등 ‘2회 시험 무용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현행 수능시험이 표준점수 체제이므로 심각한 난이도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명칭을 국어 수학 영어로 바뀌고 A·B형으로 수준별 시험이 제공된다. 그동안 언어·외국어 영역이 ‘범교과형’으로 출제되면서 학교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탐구영역이 통합되고 응시 과목도 확 줄었다. 연구회는 사회탐구 11과목, 과학탐구 8과목에서 4과목씩 선택하는 현행 수능 방식이 과목 간 중복이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왜 바꿨나=교과부가 수능 시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고시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과목이 크게 조정됐기 때문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를 수준별로 편성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된 교과목을 비슷한 분야끼리 통합했다.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고교 1학년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이 수능에 응시하는 2014학년도부터 수능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잠재력 평가가 중요 기준이 된 입시환경 변화도 큰 요인이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학생 수는 2008년 4476명으로 입학정원의 1.3%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만8748명으로 급증해 정원의 11%를 차지했다. 또 수능 성적을 최저 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하는 수시모집은 대입 정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현행 수능 시험 자체의 문제도 있다. 언어·외국어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계열에 상관없이 동일한 수준의 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다. 교과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수능의 역할을 재정립할 시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수험생 부담 줄어들까=수능 개편 방안을 종합하면 시험과목 수는 현행 최대 8과목에서 최소 4과목으로 줄어든다. 응시 횟수가 늘고 과목 수가 줄어드는 만큼 시험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응시횟수가 확대되면 대다수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2차례 모두 응시할 가능성이 커 학습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시험 과목을 줄이는 것이 시험 부담 경감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과목을 통합해 출제하면 출제범위도 통합한 내용만큼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별 시험 역시 대학이 입시전형에서 난이도가 높은 B형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 학생들은 B형 위주로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수능 비중이 줄어들면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할 수 있고 수능에서 제외되는 과목은 소홀하게 취급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9일 “수능 개편 방안은 대학별 입학정책과 연계되지 않는 한 수험생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보름짜리 수능 대비 전략상품이 나오는 등 사교육 시장 확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