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황금도장 상납’ 수사 의뢰

입력 2010-08-20 01:39

국새제작단장인 민홍규씨의 주도하에 4대 국새(國璽)를 만들고 남은 황금으로 금 도장이 제작돼 옛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등 정·관계 실세들에게 상납된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국새 제작과정 전반에 대한 의혹과 관련, 자체 감사를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경찰에 국새 제작후 남은 금의 유동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19일 행안부와 국새제작단원이었던 이창수씨 등에 따르면 민씨의 지시로 국새를 만들고 남은 황금을 이용해 10여개의 금도장이 제작돼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당시 행자부 공무원에게 전달됐다.

실제 당시 행자부 1차관이었던 최양식 경주시장은 도장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최 시장은 “국새 제작이 끝난 후 민씨로부터 도장을 받았다. 이름을 새겨 선물한 것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50만원 정도 개인 돈으로 사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명재 전 장관 등 국새 제작과 관련된 다른 고위 공무원들은 금 도장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박 전 장관은 “금 도장은 커녕 나무 도장도 받은 적이 없다. 행안부 감사와 경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시 행자부 의정관이었던 황인평 제주도 부지사 역시 “금도장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국새 제작과정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내부 감사를 벌이고 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번 국새가 국새 재질을 규정한 대통령령을 위배한 불량품인 것을 알면서도 지난 2년간 사용,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새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령 제20741호 4조(규격 및 재질) 2항은 ‘재질은 금으로 하되, 경도를 감안하여 은·구리·아연 및 주석의 합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사 결과 4대 국새는 금(69.2%), 구리(17.2%), 은(10.3%), 아연(3.3%) 등 4대 금속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석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 국새는 2008년 2월 22일부터 사용됐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총리와 장·차관 임명장에 사용되는 등 지금까지 국가 상징으로서의 법적 효력을 발휘하며 3만회 안팎 사용됐다. 행안부는 앞으로 사실 조사를 벌인 뒤 법령 해석을 거쳐 국새 폐기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