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종편 後보도’ 선정안은 종편 탈락자 챙기기用
입력 2010-08-19 18:43
방통위 기본계획案 문제 많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기본계획안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사업자 수, 선정방식 등 대부분 사안에 대해 거의 모든 가능성이 있는 복수 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숨가쁜 일정, 방통위의 의중은?=방통위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중립적인 시각에서 복수 안을 제시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자 선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방통위의 로드맵을 고려하면 8월 중순까지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계획을 내놓으려고 1년을 끌었나”라고 방통위를 질타했다. 이 의원은 “기본계획안은 논제를 제시했을 뿐 거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에게 아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계획안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린 것은 방통위의 업무태만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9월 초 공청회를 거쳐 9월 중순 계획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단 여러 가지 안을 내놓고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 희망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희망자들의 입장에서는 방통위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견 수렴 기간과 최종 결정까지 남은 시간이 한 달 안팎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긴다. 때문에 “방통위가 사업 희망자들을 줄세우기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생기는 상황이다. 방통위가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하기보다 정치적인 판단을 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창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통위는 종편을 누구에게 몇 개 줄까 하는 정치적 판단만 고려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 한 마디도 없고 정치적 논란을 회피하고자 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차 두려면 보도 채널이 먼저=사업자 선정 시기에 대해서 방통위는 종편과 보도채널을 동시에 선정하는 방안, 종편을 선정한 후 보도채널을 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후자의 경우 종편에서 탈락한 사업자가 다시 보도채널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편 탈락자 챙겨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역시 정치적 판단을 우려하는 것이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과 보도채널 선정 시기를 나눌 이유가 없다. 나눠서 하겠다는 건 종편이 성공하는지 보고 보도채널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조 사무총장은 방통위의 기본계획안 중 자기모순이 있는 항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자 수의 제한을 두지 않는 절대평가도 안으로 올려놓고선 종편과 보도채널 선정 시기를 나눈다는 안을 또 내는 건 일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종편의 최소 자본금 규모를 3000억원, 보도채널은 400억원으로 제시했다. 종편을 준비하던 사업자로선 보도채널에 뒤늦게 뛰어들더라도 재정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비교평가로 심사를 하면 자본금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한호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 탈락자에게 보도채널을 준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보도채널을 주고 YTN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쪽으로 종편 탈락자들을 달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차를 두려면 보도채널을 먼저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년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책적으로 보면 종편과 보도채널은 동시에 발표하거나 차라리 보도채널을 먼저 선정하고 종편을 나중에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보도채널은 선정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여러 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의 보도가 이뤄지면 결국 여론 다양성이 보장된다”면서 “반면 종편은 영향력이 크고 독과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복수 안에는 종편 선정 후 보도채널을 결정한다는 안은 있었지만 반대로 보도채널을 먼저 선정하는 안은 없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준엽 이선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