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주일성수 목소리 높아진다
입력 2010-08-19 17:21
[미션라이프] #1. 경기도 수원시 우만교회에 출석하는 여자 프로기사 조혜연 8단은 일요일엔 절대 바둑돌을 잡지 않는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서다. 실제로 조 8단은 주일성수 때문에 연습생 생활을 못했는데 5년 전 마스터스 결승에 진출했지만 주일 대국이 열려 기권한 바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된 조 8단은 주일에 남녀혼성경기가 열린다는 이유로 다시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그렇다고 내가 어디에 자랑할 만한 성숙한 신앙을 지닌 것은 아니다”며 “믿음생활을 하면서 프로 기사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길 간구해 왔다”고 말했다.
#2.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서울의 모 예술고는 주일 전국 무용대회를 개최키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학교는 무용경연대회 본선을 다음달 5일(주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일부 기독 학부모들은 “미션스쿨이 어떻게 주일에 전국적인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느냐”며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신앙교육을 해도 모자라는 판에 신앙의 싹부터 자르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이미 전국적으로 공지를 한 상태라 날짜를 바꿀 수는 없다”며 “다만 주일 예배시간을 피해 오후로 대회 시간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볼테르는 “주일을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기독교는 죽어갈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에 주일성수 의식이 점차 빈약해져 가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이유로, 성인들은 개인사업과 회사업무, 자격증 취득, 휴식 등을 이유로 주일성수를 등한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예배 한번으로 주일성수가 끝났다는 정서도 만연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철저한 주일 예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약 속 안식일=성경은 창조자로서의 하나님(창 2:2), 구속자로서의 하나님(신 5:12~15)을 기념하며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고 명령하고 있다. 특히 모세오경과 역사서, 예언서 등에서 안식일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하는데, 안식일을 더럽힌 자에게 사형에 처하라고 말할 정도다(출 31:14).
주일의 본질은 죄의 종 상태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재창조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노예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안식을 누릴 수 없었으며, 죄의 종 노릇 상태에 있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노예생활에서 구원하시고 진정한 당신의 안식에 참여하라고 말씀하셨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은 40년간 광야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훈련을 철저히 받았다. 평일 만나를 거둘 수 있었지만 제6일엔 안식일을 위해 갑절의 만나가 내렸다(출 16:5, 25).
경기도 광명시 동산교회는 매주 1200여명의 교인들에게 예배 후 점심식사를 반드시 교회에서 하도록 한다. 만약 매식(買食)을 했다가는 최성용 담임목사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진다. 교인들마저 주일 매식을 하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고 반복해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다보면 이 사회는 어쩔 수 없이 주일에 일하는 사회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 목사는 “학생이 학교에 안 가면 불량학생이 되듯 주일성수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불량교회, 불량교인이 된다”면서 “주일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구원을 받았듯 구원을 기념하는 날로 신앙의 정체성을 위해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에서의 안식일=창조주이자 구속주이신 예수님은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마 12:8)이라며 바른 안식일의 개념을 제시한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안식일 다음날 모여서 예배를 드리게 됐고 이날을 거룩하게 지키고 있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와 공산주의의 탄압에도 생명을 걸고 주일을 지켜낸 전통이 있는 한국교회는 2004년부터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주일 국가시험 폐지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공무원 시험이 토요일로 변경됐지만 세무사나 관세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 국가전문자격 시험은 물론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민간시험은 여전히 주일에 치러지고 있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은 “주일 성수가 해이해질 때 가정과 사회는 도덕적으로 문란해진다”면서 “이 상황을 모른 체하고 내버려 둔다면 한국교회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하기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현상은 학업을 이유로 자녀들의 주일 예배를 막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제크리스천학교 교장 유용국 목사는 “요즘 일부 부모들의 잘못된 생각을 보노라면 신앙계승을 소홀한 결과 나타난 사사기 시대의 암흑이 떠오른다”면서 “시험과 학원 수업 등을 이유로 자녀들의 예배를 막은 부모들은 분명 하나님 앞에 섰을 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축도 후부터가 진짜 예배=예배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높이고 영의 양식을 공급받는 날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의무나 복종의 개념이 아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성도에겐 생명과도 같은 날로 신령(spirit)과 진정(truth)으로 드려야 한다. 참된 예배는 “주일 예배 축도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 삶의 방식으로 드리는 것이다. 최홍준 호산나교회 목사는 “주일 성수는 인간적인 계산으로 볼 때 손해처럼 보이지만 믿고 순종하는 자에게 반드시 축복과 승리를 주신다”고 말했다.
칼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경배하는 것은 인간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대하고 시급하며, 가장 영광스러운 행위이다.” 혹시 하나님이 오늘 개인과 가정, 교회, 사회를 향해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않는다”(암 5:21)고 말씀하시지는 않는지 떨리는 마음으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