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發 음악’의 이유 있는 인기

입력 2010-08-19 18:55


리얼 버라이어티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팀이 16일 발표한 앨범 ‘사랑해서 사랑해서’가 인기다. 공개 즉시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인터넷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통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MC들의 기교 없는 목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연주도 아마추어지만 이 노래는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바로 MC들이 1년 2개월 동안 땀 흘려 준비한 앨범이라는 걸 시청자가 알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밴드(남격밴드)’는 지난해 6월 MC 7명이 ‘직장인밴드 페스티벌’ 출전을 위해 결성한 프로젝트 팀이다. 총 지휘 및 프로듀싱에는 부활의 멤버 김태원이 나섰고 이경규가 랩과 기타를, 이윤석이 드럼을 맡았다. 또 리드보컬 김성민, 서브보컬과 건반 윤형빈, 기타 김국진, 베이스 이정진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방송 짬짬이 연습실에 모여 노래를 연습했으며, 그렇게 보낸 1년 2개월의 시간이 디지털 싱글앨범 ‘사랑해서 사랑해서’로 결실을 맺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음악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MBC ‘무한도전’은 2006년 12월 유재석 등 MC 6명이 불우이웃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캐롤 앨범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를 냈다. 그 후 ‘무한도전’은 노홍철 유재석이 부른 ‘하나마나송’, 하하가 부른 ‘키 작은 꼬마 이야기’, 박명수 제시카의 ‘냉면’ 등 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2008년 ‘가수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앨범 ‘상상’을 발표한 MBC에브리원의 ‘무한걸스’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은 허술하고 부족한 MC들이 앨범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노래에 스토리를 덧붙인다. 예를 들어 ‘남자의 자격’은 음악적 욕망에 목 말라하던 김태원이 20분 만에 명곡을 뽑아낸 과정, 도레미조차 칠 줄 모르던 윤형빈이 꾸준한 노력 끝에 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드라마 ‘도망자’를 촬영 중이던 이정진이 밴드 연습에 참여한 장면은 휴먼 드라마의 한 장면과 견줄 만했다. 멤버들은 앨범을 만들면서 점차 성장했으며, 우정도 깊어졌다. 7명의 MC들이 ‘사랑해서 사랑해서’를 열창할 때 전달되는 감동은 여기서 연유한다.

‘무한도전’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도 평소 작은 키로 놀림받는 하하를 진솔하게 비춰주던 카메라가 없었다면 솔직한 고백으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보통 사람들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MC들이 노래를 준비하고 연주하는 과정을 다 보여준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MC들의 사연이 중첩되면서 노래를 들었을 때 감동은 여느 드라마 OST 못지않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