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마운드 불안 SK, 선두도 불안
입력 2010-08-19 18:06
넉달 넘게 1위를 질주한 SK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SK는 18일 롯데에 지면서 시즌 세번째 4연패를 당했다. 이에 따라 2위 삼성에는 3게임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3위 두산은 삼성에 2.5게임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선두권 싸움이 안갯속으로 빠진 것이다.
SK가 흔들리는 이유는 붕괴된 선발진 때문이다. SK는 그동안 김광현, 카도쿠라 켄, 송은범, 게리 글로버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8월부터 마운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괴물 류현진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김광현은 17일 롯데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홈런 두방을 포함해 4실점하며 패했다. 앞선 1일 KIA전에도 6¼이닝 동안 5점을 헌납하며 팀의 영봉패를 지켜봐야 했다. 송은범은 SK 특유의 벌떼 마운드 작전으로 6월부터 선발, 계투,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하다가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송은범의 시즌 방어율은 2.82로 준수하지만 8월 방어율은 5.40으로 부진하다. 글로버는 아예 17일 2군으로 내려갔다. SK 불펜과 마무리 핵심인 정우람(62경기)과 이승호(52경기)는 투수 등판 순위가 각각 1위, 5위로 혹사당하며 힘을 잃은 모습이다. 17일까지 SK가 105경기를 치른 점을 감안하면 정우람과 이승호는 채 하루도 못 쉬고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정우람은 올시즌 87¼이닝을 소화해 불펜 투수 중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페넌트레이스 시즌 막판에 가서야 1위가 가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단 선동열 삼성 감독은 “우리가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은 0%다. 두산보다 경기를 더 치렀기에 2위도 불안하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은 게임수가 많은 팀이 순위 싸움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삼성은 SK보다 6경기, 두산보다는 5경기를 더 치렀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 잔여경기가 적을 경우 훨씬 유연하게 마운드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휴식이 충분히 보장돼 남은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KIA와 주말 3연전을 마치면 다음주에는 사흘을 쉬고 26일부터 4연전을 벌인다. 이후 일정도 띄엄띄엄 잡혔다. 반면 가뜩이나 마운드에 빨간 불이 켜진 SK는 앞으로 매주 5∼6경기씩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은 KIA와의 주말 경기에 에이스들을 내세운다. 장원삼, 차우찬, 팀 레딩 등 핵심 선발투수가 이미 출격을 마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