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씁쓸한 현주소… 월드컵 3위 ‘빛’ 텅빈 관중석 ‘어둠’

입력 2010-08-19 18:05

지소연(한양여대)만 있고 여자축구는 없었다. 한국 축구 사상 최고성적인 월드컵 3위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여자축구는 아직 어둠을 완전히 걷지 못했다.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의 3위 쾌거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은 늘어났지만 관중으로부터는 아직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이후 첫 전국여자종별축구대회가 열린 19일 강원도 강릉 강남축구공원.

스타 지소연이 나오는 경기가 있는 탓인지 평소보다 제법 많은 200여명의 관중이 찾았으나 관중석은 썰렁하기 그지없어 세계 4강을 무색케했다. 관중들도 경기 관전보다는 지소연의 사인을 받기 위해 열을 올렸다.

대회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관심은 늘어났으나 아직 여자축구는 찬밥”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관심도 3일 전 열린 여자실업축구리그(WK리그)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다. 지난 16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는 부산 상무와 충남 일화의 WK리그 15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두 팀은 두 골씩을 넣으며 제법 화끈한 공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좋은 경기내용과 선수들의 열정에 비해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았다. 관중석은 너무나 한산했다. 100명도 안되는 관중이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넓은 경기장에서 작은 소리는 적막에 가까웠다. 득점 시에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울렸다.

역시 WK리그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의 생활체육주경기장과 충남 당진군의 종합운동장은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 탓에 구장 상태가 엉망이었다. 운동장 입구는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두웠고 매점은 하나도 문을 열지 않았다. 관중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나마 찾아오는 관중에 대한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약 2시간가량 진행되는 경기 중에 물 한 병조차 구매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너무나 열악한 경기장의 모습이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고작 1404명.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팀, 중학교 17개 팀, 고등학교 16개 팀, 대학교 6개 팀,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모두 65개.

U-20 여자월드컵 우승팀 독일의 등록 선수가 105만 명, 성인 팀만 5000개가 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치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열악한 자원을 갖고 세계무대에서 롱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월드컵 3위라는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이 제2,3의 지소연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김준동 기자, 고양=김우수 김창현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