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美 하버드대 교수 내한

입력 2010-08-19 21:12

“경제 우선시하며 도덕 소홀 정치 핵심에 공동선 있어야”

“우리는 다원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인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다가서는 한 방법입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57) 하버드대 교수가 19일 서울 신문로 2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의로운 사회’의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이날 방한한 샌델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는 우리 모두가 공유된 가치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이라며 “시민의 삶 속에서 서로의 윤리적인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도덕적인 논의, 논쟁을 수용해야 한다. 건전한 민주주의라면 의견 불일치가 있더라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아울러 현대 정치가 경제적인 문제를 우선시하며 정의를 소홀히 취급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미국과 유럽,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경제성장 등 경제적 문제를 우선 과제로 삼아왔고, 삶에 중요한 도덕적, 영적 문제들은 도외시했다”면서 “그러나 풍요해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존재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핵심에는 공동선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가 협소하게 경제에만 치중하면 윤리와 영적인 가치를 다루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 관련, 국제관계에서의 정의에 대해 묻자 그는 “국제관계에서는 안정적으로 정의가 구현되기 어렵다. 국제정치에서는 타협이 불가피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선은 무엇인가 등 건전한 논의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흥분을 느끼고 폭넓은 논의를 진행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의 실제 하버드대 강의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지난 5월 24일 출간됐으며 인문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3개월도 안돼 30만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샌델 교수는 이날 오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데 이어 20일에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4000여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만 하버드대 수업처럼 토론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김지윤 대학생 인턴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