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200억 달러 규모 기업공개 신청… GM ‘거번먼트 모터스’ 오명 벗나
입력 2010-08-19 19:00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귀환한다.
GM은 18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주가가 1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지는 등 굴욕적인 상황을 맞이하다 파산했던 GM이 1년2개월 만에 재상장을 신청한 것이다.
◇사상 최대 IPO 규모 예상=GM은 신청서에서 IPO의 주식 상장 규모나 가격 범위 등 세부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규모가 100∼150억 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대 200억 달러(약 2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미국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카드회사 비자가 197억 달러를 조달한 것이 최대 규모였다.
GM의 또 다른 불명예스런 별칭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정부 소유 자동차회사)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한 것이다.
GM은 중국에서의 판매 호조 등으로 2분기 13억 달러 순이익을 냈다. 이로써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6년래 최대 분기 수익도 냈다. 이 같은 실적호조에 힘입어 기업을 공개, 파산 당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하고 정부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고 회생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파산 위기 때 GM은 정부로부터 500억 달러의 지원을 받고 지분 60.8%를 넘겼다. 현재 지분 구조는 전미자동차노조(UAW) 17.5%, 캐나다 정부 11.7%, 옛 채권단 10%로 돼 있다. 미 재무부가 전환사채 방식의 보유주식 3억4000만주 가운데 20%를 매각해 지분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릴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GM은 보통주는 정부 등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만 발행하고,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우선주만 발행할 예정이다.
GM 시가총액은 7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파산 당시보다 10배나 늘어난 규모다. 포드사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정치적 논란도=SEC가 일반적으로 IPO 신청서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90일이다. 따라서 상장은 10월 말을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는 중간선거(11월 2일) 시기와 겹친다. GM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구제금융을 상환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구제금융 정책의 성공 사례가 된다. 당연히 선거 직전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공화당은 GM의 기업공개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물론 백악관과 GM 경영진은 관련이 없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이 논란은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화당은 재무부에 GM IPO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지원금 상환을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