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망신시키려고 새 국새 만들었나
입력 2010-08-19 18:01
국새(國璽)는 훈·포장증을 비롯해 중요 외교문서 등에 사용되는 나라의 인장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상징물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 중인 제4대 국새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이 번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국새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쓰고 남은 금 800∼900g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새제작단 실행위원이자 귀금속가공기능장인 이창수씨는 쓰고 남은 금으로 국새제작단장이었던 민홍규 장인(匠人)의 지시에 따라 정·관계 인사들에게 줄 금도장을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새용 금이었던 만큼 제조과정에서 쓰다 남았다면 당연히 국고로 환수돼야 했다. 행방이 확실치 않은 금은 시가로 3700만∼4100만원에 달한다. 나랏돈을 사사로이 썼다면 액수와 관계없이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또 총 10여개의 금도장은 로비용으로 국새 제작을 주관했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을 비롯하여 당시 여당 중진 의원들에게 보내졌으며 일부는 민씨가 개인적으로 착복했다고 이씨는 밝혔다. 거론되고 있는 모든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민씨는 이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새를 제작하기 전 여러 차례 실험을 하면서 금이 많이 소진돼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 2㎏을 더 사용했으며 일부 남은 금도 국새를 성공적으로 만들게 된 데 감사하는 뜻으로 올리는 제례의식(시금제)에 모두 썼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놋쇠도장을 만들어준 적은 있으나 로비나 개인 착복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국새가 서울과 경기도 이천에서 제작됐음에도 최근 민씨의 고향인 산청군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새 전시관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새 제작을 주관했던 행안부와 국새 제작 후 국새백서를 편찬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차제에 관리·감독 부실 여부는 물론 국새제작단 구성과 인선 경위까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