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개구리야 어디갔니?… 국립생태원 건립 부지공사 1년만에 자취 감춰

입력 2010-08-19 18:26


멸종위기종 보전·복원을 위해 건립 중인 국립생태원 부지에서 공사착공 1년 만에 2급 멸종위기 동물인 금개구리(사진)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충남 서천군 마서면 국립생태원 건립부지 내 방죽과 농수로 일대에서 금개구리 서식을 파악했다. 이후 환경부는 1200만원을 들여 ‘금개구리 포획 및 이주’ 용역사업을 벌여 금개구리 10마리를 잡아 1.5㎞ 떨어진 농수로에 풀어줬다.

하지만 개구리의 동면이 끝나고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인 지난 6월부터 환경부는 5차례 서식여부를 조사했지만 금개구리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착공식 이후 1년 만에 금개구리가 사라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된 뒤 환경 변화가 금개구리 서식 여건을 변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99만8000㎡ 규모로 생태연구동, 멸종위기종연구동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2012년 완공이 목표다. 현재 공정률은 5% 정도다.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전한다며 만드는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셈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환경부는 금개구리를 최대한 배려한 공법을 도입했다. 1㎞ 길이의 농수로는 습지체험장 일대를 흐르는 자연형 하천으로 바꿀 계획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금개구리가 대피할 수 있도록 구간을 나눠 공사를 진행키로 했다. 농수로에 잇닿은 휴경상태 논은 원형을 보존해 금개구리의 피난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금개구리는 한반도 서해안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 등에 두 줄의 금색 띠가 선명하다.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좁은 지역에서 서식지를 옮기지 않고 7∼8년을 산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사현장 바깥에서도 금개구리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완공 후 서식여건이 좋아지면 수계를 따라 다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문객이 살아있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모습을 보고 자연생태에 대한 인식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국립생태원 설립 취지는 완공 후 금개구리가 돌아와야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서천=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