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베이징한인교회 담임 박태윤 목사의 디아스포라 목회記

입력 2010-08-19 13:27


[미션라이프] 중국 베이징에는 한인 교회가 50여개 있다. 중국 주재원들이나 유학생들이 주 타깃이다. 그 중에서도 베이징한인교회(21세기)는 역사나 규모면에서 맏형 교회다. 16~19일까지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열린 코스타 코리아 2010 대회에 강사로 참석한 박태윤(53) 베이징한인교회 담임목사를 만났다.

까만 콧수염에 검은 뿔테 안경, 커다란 키에 어린 아이 같은 웃음. 박 목사는 한눈에도 수수하지만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18년째 베이징한인교회를 목회해 왔지만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중국 내 목회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반증인 셈이다.

“중국을 알아가면서 처음엔 비판하다가 나중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중국에 오래 살다보니까 일종의 애증 관계가 형성된 것 같아요. 요즘엔 베이징을 축복하고 기도하자는 마음이 들어 1년에 두 차례 베이징을 위한 특새(특별새벽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1993년 9월 베이징한인교회에 부임했다. 베이징한인교회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1월 설립됐다. 중국 내 주재원과 유학생 중심의 평신도 교회였다. 당시 싱가포르의 한 교회에서 청년부 사역을 하던 그는 베이징한인교회의 청빙을 받고 그해 11월 부임했다.

이 교회의 표어는 ‘열방과 다음세대’다. 법적 문제 소지가 있는 중국 내 선교 대신 일꾼을 길러 전세계로 파송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 교회를 거쳐간 이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묵묵히 선교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곳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김하중(전 중국 대사) 장로도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카이스트, 이화여대 등 국내 주요 대학 중국어학과 교수들도 상당수 이 교회 출신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교인 숫자가 한때 3000명을 넘은 적도 있지만 유학생 숫자가 줄면서 지금은 2000명 정도 출석하고 있다.

베이징한인교회는 2007년 다니엘비전센터를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에 건립했다. 일종의 문화센터다. 영어, 중국어 캠프는 물론 수영 등 각종 운동,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인들을 위한 새벽기도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자녀교육이 쉽지 않은 만큼 대안학교도 곧 오픈 할 예정이다. 한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와 교인들은 베이징한인교회와 문화센터를 열방 선교의 베이스캠프로 여긴다.

한나호 단장 박수진 목사는 그의 친형이다. 청년 시절 형과 함께 한나호를 탔던 그는 일찌감치 선교에 헌신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선교사가 되기 위해 간 싱가포르에서 그는 선교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언어와 문화 적응 등 선교에 자질이 없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다른 곳에서 비로소 새길이 보였다. 선교지 한인교회 목회자로의 부르심이다.

“한인 교회 목회를 열심히 하면 선교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회를 통해 사역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 꿈은 모든 교인들이 다 선교지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때가 저에겐 베이징한인교회를 떠날 때인 거죠.”

그는 생각보다 중국 내 한류(韓流) 열풍이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선교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를 주문했다. “한국 교회는 일제 기간 배도했지만 중국 교회는 지난 50년 동안 온갖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순결을 지켰습니다. 중국을 접근할 때 늘 존경하는 자세로 섬기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 교회가 중국 선교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마치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자세부터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 대국을 넘어 선교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때가 되니까 하나님께서 중국의 경제 성장을 비롯해 퍼즐 조각 맞추듯 모든 것을 맞춰 가시는 것 같다”며 “중국 교회의 성장은 결코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