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청년 취업난] 사무직 한정에 경쟁자 과잉 ‘대졸 백수’ 단기 처방으론 한계

입력 2010-08-18 21:23


고용시장에서 20대 청년층만 소외돼 있다. 실물 경기와 고용 회복의 시차를 감안해도 경기 훈풍을 느끼기 시작한 다른 연령에 비해 유독 20대만 냉골이다. 금융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도기엔 20대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침체로 인한 일시적 경제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현 20대 청년취업난 문제에는 학력과 산업, 인구구조 등 다양한 측면의 미스매치(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노동시장에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교육시스템과 서비스산업 강화 등과 연계해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의 발단은 고용시장의 수요를 넘어선 고학력 취업난이다. 본보가 18일 통계청으로부터 입수한 마이크로데이터(통계 원자료)를 토대로 학력별 20대 취업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대 대졸 이상 취업자 수는 21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24만4000명)보다 4.2% 감소했다.

반면 20대 고졸 취업자는 같은 기간 2.7% 증가한 158만1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해진 경기회복 움직임을 타고 20대 고졸 학력자의 취업사정은 소폭 나아진 데 비해 20대 대졸 이상 학력자는 금융위기 수준을 밑돌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신규취업에 나서야 할 20대 인력이 지나치게 고학력화돼 있다보니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시장과 괴리가 깊어진 고학력 청년층 문제는 단기처방으론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고 말했다.

인구구조학적으로 봐도 당분간 20대 취업전망은 녹록지 않다. 현재 고학력 20대 취업준비생이 몰려 있는 20대 후반의 경우 같은 연령의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이전에 태어났지만 취업시기에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경쟁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2명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이후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합계출산율 급락 직전 세대인 83, 84년생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더 일찍 떨어지면서 인구구조학적으로도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2015년쯤 돼야 출산율 하락과 경기 상승과 맞아떨어져 20대 취업난이 다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구조와 기업의 생리도 20대 취업난에 한몫하고 있다. 숙련되지 않은 20대 청년층의 경우 불황기 가장 먼저 해고되고 경기회복 이후 가장 늦게 고용돼 고용시장에서도 ‘선출후입(First-Out, Last-In)’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기 때문이다. 음식·숙박업이 아닌 의료, 교육 등 수준 높은 서비스산업의 성장세가 더딘 것도 고학력 취업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문대 신규졸업자의 향후 취업전망은 전체 전공계열에 걸쳐 10% 이상 초과공급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4년제 대학의 경우도 대부분 전공계열에서 초과공급 상태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고학력 증가는 소득 불만족으로 이어져 고용시장의 변동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1999년 49.7%에서 2003년 50.3%, 2007년 53.8%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