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위장전입 문제 사회적 합의로 풀자?
입력 2010-08-18 18:14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이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장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대변인은 “위장전입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전제한 뒤 “지난 정부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인 만큼 이번 기회에 (위장전입의) 시기나 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외국의 사례 등도 뒤져보고 국민 여론도 살펴 어떤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에 대해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정 시기 전까지 교육 문제로 인한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해 주거나, 인사권자가 위장전입자에 대해선 아예 지명을 하지 않도록 하는 식의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펄쩍 뛰었다. 지난 정부에서는 엄격한 잣대로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낙마시켰던 한나라당이 집권 후 태도를 바꾼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조영택 대변인은 “스스로가 법을 어긴 바 있는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장전입에 대한 기준을 만들자는 문제 제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7년 9월 참여정부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위장전입은 문제삼지 않아 왔다”며 “공론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논란이 된 당시 이규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위장전입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러한 제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너그럽지 않다.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행위여서 목적이 자녀 교육이라 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현실 모면을 위해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자는 얘기가 법을 바꾸자는 것이라면 일부 계층을 위해 법조문을 뜯어고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최근 들어 지난 정권까지 어느 정도 유지됐던 도덕성 기준에 대한 정치적 관행이 깨져버렸다”면서도 사회적 합의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후보자의 도덕성을 어느 선까지 수용할 것인가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이날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996년 9월 서울 일원동 K아파트에 전세 살다 명일동 J아파트로 이사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원래 아파트로 전입했다”며 위장전입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8·8 개각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후보자 10명 중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이은 네 번째 위장전입 의혹이다.
정승훈 한장희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