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만들고 남은 순금으로 정·관계에 황금도장 상납” 2007년 제작단원 폭로
입력 2010-08-18 21:28
2007년 새로 만든 국새(國璽)가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식으로 제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으로 황금도장이 제작돼 참여정부의 정·관계 실세들에게 상납됐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새 제작단장을 맡은 민홍규씨는 국새 제작에 대왕가마를 이용하는 등 전통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남은 금은 모두 태워 없앴다고 해명했다.
18일 국새제작단원 이창수씨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새제작단은 국새 제작을 위해 순금 3000g을 구입했으나 국새 인뉴(상부)와 인면(하부)에 사용된 금의 무게는 2053g이다. 주물 제작과정에서 일부 소실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순금 800∼900g이 민씨에게 전달됐다. 현재 시세로 치면 3700만∼4100만원 상당이다.
이 금은 금 세공전문가인 이씨에게 다시 건네져 가로·세로 1.5㎝, 높이 5.5㎝ 크기의 14K 황금 도장 제작에 사용됐다. 이씨는 “민씨의 요구로 민씨의 이름과 정·관계 실세들의 이름을 새긴 황금도장 10여개를 만들어 넘겨줬다”고 말했다.
이 도장은 국새제작 당시 여당 중진인 정모 의원과 이모 의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이 나오자 민씨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물을 만들고 남은 밤톨만한 크기의 합금덩어리 2개를 받긴 했으나 ‘시금제’를 통해 모두 태워 버렸다”며 금을 빼돌린 사실을 부인했다. 민씨는 “국새를 제작하고 남은 금은 재사용하지 않고 선대 장인을 기리기 위해 태워 없애는 것이 관례”이며 “황금도장 역시 만들긴 했으나 대부분 다시 녹여 없앴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또 “국새를 제작하기 전에 수차례 실험을 하면서 금이 소진돼 오히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금 2000g을 더 투입해 국새를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행안부는 국새백서 작성 과정에서 전통제조 기법 대신 ‘국새 거푸집을 현대식 가마에서 구웠다’는 내용으로 바뀐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새 제작과 관련한 관리 감독 체계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백서가 발간된 당시 행안부 감사관실에서 근무했던 B씨는 “최종 발간된 백서가 중간보고 내용과 다른 것을 확인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담당부서에 구두로 알려줬다”면서 “그동안 장관은 4차례, 담당 공무원은 수차례 바뀌면서 국새 사건이 흐지부지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